냉동인간 현실화?···인간 뇌 조직 18개월 간 냉동 후에도 정상 기능한 비결

테크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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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오전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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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인간 현실화?···인간 뇌 조직 18개월 간 냉동 후에도 정상 기능한 비결

최근 중국 과학자들이 냉동인간의 꿈 실현에 한발더 다가섰다고 해도 좋을 만한 놀라운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됐다.

냉동은 유기 물질의 부패를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여전히 조직에 손상을 입힌다. 조직 내의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결정체들이 세포들을 찢는다. 냉동육이나 과일이 해동되면서 약간씩 흐물흐물해지는 이유다. 특히 우리 뇌의 경우 세포의 80%가 물로 구성돼 있기에 냉동될 경우 특히나 섬세한 뇌 세포들을 왜곡시키고 손상시킴으로써 해동됐을 때 뇌를 기능적으로 쓸모 없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뇌가 얼었을 때 뇌를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한 가지 방법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 의술로는 치유하기 힘든 환자를 냉동시켜 무기한 보존하면서 의술이 발달한 미래에 치료해 살려내기 위해 개발된 냉동인간 보존술의 실현이 어려운 이유다. (물론 미국과 호주의 극저온 냉동보존술 업체들은 각자 의뢰자들의 뇌와 신체를 보존한다는 그들만의 적절한 혼합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이런 가운데 인간 냉동 및 해동시 문제를 해결해 냉동인간의 꿈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중요한 기술적 돌파구가 마련됐다.

놀랍게도 중국 푸단대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조직을 무려 18개월 동안 냉동했다가 해동했는데도 여전히 냉동 전과 유사한 세포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그들이 해동한 뇌조직의 뉴런세포는 얼었다가 해동된 후 여전히 정상적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이들은 극저온으로 동결된 뇌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성공적으로 해동시킨 최초의 사람들 중 하나가 됐다.

분명한 것은 이번 성과가 냉동인간 실현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냉동한 후 필요시 조직변화 없이 해동해 의료용으로 연구하고 활용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획기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셀 리포츠 메쏘즈’(Cell Reports Methods) 저널에 게재된 중국 연구진의 이 놀라운 성과 보고와 이를 실현한 방식, 의미 및 의학계 안팎의 평가 등을 뉴아틀라스와 데일리메일을 참고해 알아봤다.

18개월 간 냉동 후 정상적으로 해동시킨 비결

중국 푸단대 연구진이 인간 뇌(조직)를 냉동 시킨 후 18개월 만에 소생시켰는데도 완전히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토끼 뇌를 냉동시킨 후 성공적으로 되살렸을 때의 냉동된 토끼뇌의 모습. 이또한 극저온 보존술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로 평가받는다. (사진=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중국의 푸단대학교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뇌 조직을 냉동한 후 해동해도 온전하게 회복되도록 해 줄 극저온 냉동보존술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화학 물질들로 실험했다. 이 기술의 원리는 자동차 엔진 주위를 순환하는 물에 부동액을 넣어 얼지 않고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중국 상하이 푸단대에서 근무하는 신경과학자 샤오 지청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냉동 상태에서 신경세포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메디’(MEDY)라는 이름의 복합 화학 혼합물을 개발했다. 그는 이 연구가 수십 년 동안 미래학자들 사이에서 환상이었던 극저온에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샤오 교수와 그의 팀은 3주 동안 배양 접시에 있는 작은 뇌 세포 덩어리를 일반 뇌에서 볼 수 있는 기능들을 얻을 때까지 배양했다. 그런 다음 다양한 종류의 관련 세포로 발달하는 이 배양접시 속의 작은 뇌 조직 덩어리(뇌 오가노이드)들을 유망한 화학 물질들에 담그는 방식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들은 뇌 오가노이드들을 설탕, 부동액, 화학적 용매를 포함한 다양한 화학물질 혼합물에 흠뻑 적신후 액체 질소에서 24시간 동안 얼렸다. 그리고 나서 따뜻한 물에서 빠르게 해동하고 시간 경과에 따른 세포의 기능, 성장 및 세포 손상의 징후를 확인했다. 그 결과 미니 뇌(오가노이드)를 가장 잘 보호하는 화학 물질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들은 이 단계에서 다양한 조합을 통해 유사한 동결 및 해동 테스트를 시도했다.

결국 연구진은 메틸셀룰로오스, 에틸렌글리콜, DMSO, Y27632의 네 가지 주요 성분으로 구성된 ‘메디’(MEDY)라고 부르는 냉동조직 보존용으로 가장 유망한 혼합물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이 미니 뇌를 4주에서 3개월 이상의 서로 다른 기간 동안 성장시킨 후 메디 액에서 얼려 2주동안 해동시킨 후 몇 주 동안 모니터링을 계속했다.

흥미롭게도 메디에 보존된 뇌 오가노이드는 이전에 동결된 적이 없던 것과 유사한 성장 및 기능 패턴을 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메디에서 무려 18개월 동안 냉동된 채였던 한 오가노이드가 해동 후에도 여전히 유사한 모습으로 세포 손상에서 보호받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푸단대 연구팀은 이와함께 인간 뇌전증 환자로부터 채취한 살아있는 뇌 조직의 샘플을 동결시켰고, 메디가 그것들을 해동시 손상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 냉동액들은 동결과정을 거쳤는데도 뇌 세포 구조를 방해하지 않았고, 심지어 뇌전증의 병리학을 그대로 보존하기까지 했다.

섣부른 평가는 금물···“뇌 오가노이드 성과가 뇌 전체를 반영하진 않아”

렌틸콩 1개 정도 크기의 이 작은 오가노이드는 2019년 연구를 위해 뉴런과 시냅스로 연결된 인간의 뇌 세포로 만들어졌다. (사진=MRC Laboratory of Mocular Biology)

푸단대 연구팀이 채택한 오가노이드를 사용한 실험은 특정 세포 유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뇌조직 실험 성과가 뇌전체에 적용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지난해 캘리포니아 대학의 엘리와 에디터 브로드 재생 의학 센터 연구원들은 “배양접시에 있는 것(오가노이드)은 우리 몸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덜 복잡하기 때문에 이것이 전체 장기가 새로운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데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는 내용의 논문을 썼다. 게다가 이 대학 연구원들은 “이 오가노이드들이 인간의 뇌 구성, 조직 또는 기능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가노이드를 얼리는 것이 어떻게 뇌 전체를 얼리는 것과 연결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콜롬비아 대학의 이론 신경 과학자인 켄 밀러 박사도 씨넷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우리가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성공적으로 이를 얼릴 수 있다 하더라도 뇌를 해동시키고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데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들이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뇌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답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조각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있지만…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냉동인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약물치료 연구 등 유용한 성과“

뇌전증 소아에게서 나온 뇌 조직의 뉴런 및 신경교세포를 정상 배양(위) 및 소생을 위한 냉동보존 배양(아래)한 조건에서 확인한 모습. 왼쪽에 있는 크기 비교용 막대는 250μm, 오른쪽 막대는 100μm를 나타낸다. (사진=셀 리포츠 메소즈)

그럼에도 푸단대의 이번 성과는 단기적으로는 신약을 연구하고자 하는 신경과학자들에게 획기적일 뿐 아니라 현재 의학으로 치료하기 힘든 환자를 냉동시켜 미래에 되살린다는 공상과학(SF)적 발상을 진일보시킨 것으로도 평가 받는다.

이는 나중의 연구나 분석을 위해 샘플들을 동결시켜도 결과를 혼란스럽게 만들 손상을 가져오지 않고 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중요하다.

새로운 냉동 기술의 가장 즉각적인 영향은 뇌 오가노이드와 샘플을 생물 의학 연구를 위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전체 뇌와 다른 조직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오 교수는 가까운 장래에 자신의 팀이 개발한 메디 기법이 연구실에 유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험실에서 냉동된 뇌로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이 미니 인간 뇌(오가노이드)로 뇌를 냉동시킬 수 있다는 것은 연구자들이 더 많은 조직을 이용해 새로운 약물과 치료법을 시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쓰고 있다.

신시내티 어린이 병원 의료 센터의 소아과 의사 타카노리 다케베 박사는 2018년 논문에서 “이는 우리가 의학의 여러 가지 완고한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논문에서 “오가노이드는 약물 개발, 정밀 의학, 궁극적으로 말기 질환에 대한 이식 기반 치료법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면서 21세기 의료에 혁명을 일으킬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샤오 교수는 좀더 먼 미래에 메디가 뇌 전체를 얼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도 썼다. 그러나 뇌조직 오가노이드만 얼리던 것을 뇌와 같은 장기 전체로 옮겨가 얼리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복잡해지기 때문에 그것만의 과제를 수반한다.

데니스 코왈스키 크라이오닉스 연구소(Cryonics Institute) 소장은 디스커버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우리가 온몸에 이 방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려면 원래 사람을 죽인 원인을 치료하고 노화를 되돌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칭 낙관론자인 그는 “오늘날 이는 100% 불가능하다”고 분명하게 인정했다.

영생을 기대하는 사람들과 영생을 상업화한 기업들

레아 에팅거라는 이름의 냉동보존술 연구소(Cryonics Institute)에서 가장 오랫동안 보존돼 온 환자로서 1977년부터 그곳에 있었다. 미시간 연구소에 냉동보관된 사람의 수는 2006년 이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사진=Cryonics Institute)

이번 성과는 장기적으로는 피터 틸과 같은 미래 지향적인 사람들에서부터 죽은 후 얼음 속에서 자신의 몸을 보존하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스티브 아오키같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다만 틸이 지난해 인터뷰에서 인정한 것처럼 우리는 실제로 몸 전체와 특히 뇌를 위해 냉동 보존을 하는 방법을 아직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이러한 과대 광고와 함께 이를 이용해 돈버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세기 중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극저온 냉동보존술의 르네상스를 누려왔으며, 특히 미시건주와 애리조나주, 그리고 호주에서 극저온 냉동보존 연구소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미국 애리조나주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에서의 전신 시술에는 약 22만달러(약 3억원)가 든다.

어쨌든 인류는 이번 성과로 공상과학(SF)의 영역인 ‘냉동인간’으로 가는 또하나의 의미있는 중요한 한걸음을 내디딘 것 같다.

영화 에일리언4(1997)에 등장하는 냉동보존술과 노스트로모호 승무원들. (사진=20세기폭스)

냉동보존술(동면기술)은 영화 에일리언(1997), 패신저스(2016) 등에서 보듯 우주여행에 드는 긴 시간동안 신진대사없이 보내기 위해 필요할 수단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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