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포기·유찰… 치솟는 공사비에 SOC사업 꺼리는 건설사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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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오후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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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포기·유찰… 치솟는 공사비에 SOC사업 꺼리는 건설사

계약 체결을 앞두고 공공공사를 포기하거나 새 발주사업 입찰에 응하지 않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원자잿값·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건설원가가 치솟고 있는 반면 실제 반영되는 공사비는 터무니없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공공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관심을 갖는 건설사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여러 국가 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서울시가 발주한 서울 강남권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사업비 1조1597억원 규모의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을 최근 포기했다. 2020년 1월 컨소시엄을 꾸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지 약 4년 5개월 만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사원가가 크게 치솟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민간투자사업 재추진 및 재정투자사업 전환을 병행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업 추가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사업은 2008년 위례신도시 기획 단계에서 2022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아직까지도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공공 공사 유찰 사례도 적지 않다. 오는 2028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축·시스템 2공구’ 조성사업의 경우 공사비가 적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꺼리면서 2022년 하반기 이후 다섯 차례나 유찰됐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최초 공고(2928억원)보다 공사비를 672억원 증액한 3600억원으로 책정하며 시공사를 다시 찾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0조5300억원 규모로 발주한 가덕도 신공항 부지 건설 공사도 무응찰로 유찰됐다. 준공 기한이 2035년 6월에서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겨진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높은 공사 난도 탓에 완공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 인건비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사업’ 역시 4차례 유찰됐다. 지난해 9월 사업비를 4853억원에서 6545억원으로 약 35% 증액하기도 했지만 건설사들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했다. 당초 2022년이었던 착공 일정이 지속 연기되다 보니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이 공공 사업의 잦은 유찰 원인으로 꼽힌다. 공공 발주처가 예상 공사비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 책정한 공사비가 반영되는 경우 건설사 입장에선 원가 수준이거나 그보다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현실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장기적 국가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유사한 사업 진행 시 유찰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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