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브론테’ 조민영 연출이 바라본 열 명의 ‘연습 벌레’ 자매들

스포츠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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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2 오후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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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브론테’ 조민영 연출이 바라본 열 명의 ‘연습 벌레’ 자매들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글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찬 브론테 자매들처럼,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마음 속에도 연기를 향한 불꽃이 가득했다. 조민영 연출은 이번 ‘브론테’를 완성한 배우들에 대해 ‘연습 벌레’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석에도 고향에 못 내려갔는데 배우들이 나서서 연습하자고해서 하루도 못 쉬고 연습했다(웃음). 보통 연습 40분 전에 연습실 문을 여는데 하루는 정해진 시간보다 한참 일찍 와서 처마 밑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사진을 보낸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먼저 열고 들어가라고 답장했던 기억이 있다.”

▲ 사진=네버엔딩플레이

총 10명의 배우와 함께한 조민영 연출은 각 배우만이 가진 캐릭터성과 특징에 대한 애정어린 코멘트를 다음과 같이 남겼다.

정가희(샬럿): 제가 원하는 샬럿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아주 젠틀하지만 뭔가를 선택할 때 거침이 없고 강단 있는 타입이다. 연출의 제안을 충실히 시도해주는 타입이라 고마울 때가 많았다. 처음 캐릭터 얘길나누며 ‘가희배우님, 목표를 위해 더 못된 사람이 되어주세요’라는 얘기를 했다. 배우에게는 잔혹한 요구일 수 있는데 전혀 개의치 않으셨다. 그렇게 말해주면 마음이 너무 편하다고 하시면서 마음껏 하겠다고 말해주셨고, 오만하고 자신감에 찬, 그렇기에 많이 후회하는 멋진 살럿을 연기해 주셨다.

강지혜(샬럿): 선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철벽 같은 면이 있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기만의 샬럿을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정하고 상냥하면서도 단단하다. 초연을 마무리할 때쯤 제가 중국 출장중이라 모니터를 많이 못 갔었는데 ‘연출님 저 뭔가 찾았어요. 한번 보러 오실래요?’라고 연락이 왔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막공을 못하게되셔서 너무 아쉬웠는데 이번에 연습하면서 그 실체를 확인했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잘해서 연습때부터 걱정이 없었다. 바쁜 스케줄임에도 열정이 대단해서 틈이 나면 무조건 연습실에 오는 성실하고 멋진 사람이다.

이봄소리(샬럿): 샬럿 그 자체다. 그 카리스마를 보면서 과거에 태어났으면 분명 장군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무너질 때 정말 슬프다. 누구보다도 이 작품을 사랑해서 연락이 굉장히 자주왔다. 씬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또, 직관과 미감이 좋고 이해도가 정말 좋다. 얼렁뚱땅 말해도 찰떡같이 연기한다. 그래서 이봄소리 배우가 이해했다고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배우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연출의 언어를 배우의 언어로 통역해줄 수 있는 정말 스마트한 배우다.

한재아(샬럿): 너무 귀엽다. 처음 만났을 때 아주 심각한 표정을 하고 계셨는데 알고보니 이 작품을 너무 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어서 엄청 긴장한 상태였다고 한다. 첫날 리딩 할 때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오열을 하셨다. 그래서 ‘정체가 뭐지?’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계획을 다 세워놓는 편이고, 엄청 성실하고 꼼꼼하다. 명절 때도 연습하러 나와서 모든 씬에 대한 질문을 적어오셔서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까지 집에 보내주지 않았다. 엄청난 사람이다.(웃음)

전성민(에밀리): 성민배우님의 에밀리는 괴짜같기도 하고 글에 대해 광기가 서려있어서 볼 때 굉장히 재밌다. 원래 에밀리 브론테는 키가 꽤 크기때문에 캐스팅 공개 이후 질문을 몇 번 받았다. 그런데 전성민 배우의 에너지가 엄청나서 장면을 보며 키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사실 예전부터 엄청 좋아했던 배우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작품을 했는데 너무 젠틀하시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신다. 보통 연출이 큰 선을 그어오면 배우들이 그 안에서 연기로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을 하는데 전성민 배우가 하는 모든 선택이 좋았다. 제가 계속 좋다고만 하니까 자기가 언니라 싫은 얘기를 못 하는 줄 아셨다고 하더라.(웃음) 

 

▲ 사진=네버엔딩플레이

전해주(에밀리): 대본과 음악을 정말 빠른 속도로 익혔다. 열정이 대단해서 일주일 됐는데 음악을 다 익혔다. 막내 같은 면도 있고, 발랄하고 귀여운 성격인데 미묘하게 건강한 똘끼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글이글한 태양 같은 느낌이 에밀리와 재밌게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또, 연습 기간 중 스스로 원하는대로 표출이 되지 않아 고통스럽게 울고 기면서 연습한 시간이 있었는데,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연(에밀리): 정말 귀엽고 웃기다. 단둘이 첫 연습을 할 때 너무나 에밀리 같은 목소리와 그윽한 무드로 조용히 본인이 에밀리 성격과 많이 다르다고 하셨다. 너무 잘 어울리는데 무슨 얘기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첫 공연을 올리고 나서 무대와 대기실에서의 모습이 완전 다른 걸 보고 알았다. 똑똑한 사람이라 하고 싶은 게 명확하고 넘버를 소화함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한 부분이 있다. 안되는 부분을 계속 연습해서 뚫어내려고 한다. 에너지가 좋아서 일단 장면에 들어가면 엄청난 몰입으로 상대배우까지 덩달아 뜨겁게 만들어주는 배우다.

이아진(앤): 배우들 중 막내지만 할 말 다하는 성실하고 똑똑한 배우다. 예를 들어 뭔가를 수정해야한다고 하면 초고부터 수정본까지 자기가 받은 모든 대본을 다 훑고 오고 연습 일지, 영상을 다 본다. 의견을 잘 듣고 잘 말한다. 브론테라는 작품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엄청나서 장면 아이디어도 많이 제시하는 아이디어 뱅크다. 아진 배우님이 연습실에 오면 안정감이 생긴다. 영미 배우님과 엄청 친해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거의 부부처럼 케미가 좋아서 두 사람이 새롭게 함께하는 새힘 앤을 반기고 아껴주어 시너지가 났다.

송영미(앤): 초연 때 스스로 앤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고민을 얘기했었다. 앤의 막내다움이 구심점이 되어서 자매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 같은데 자기는 첫째라 그런 부분이 덜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제가 잘 이해를 못했다. 왜냐면 저는 송영미 배우를 볼 때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그와 더불어 앤의 어른스러움, 너무 일찍 철든 사람의 느낌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영미 배우님은 정말 약속을 잘 지키는 배우라 무대를 지켜보며 불안한 적이 없다. 매일 일찍 연습실에 나오고 다른 배우들의 연습을 돕고 연출이 고민하는 장면을 해결해주는 참 고마운 배우다.

박새힘(앤): ENFP 라고 했었는데 연습 초반엔 엄청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바쁜 일정중에도 노트를 지키려고 애쓰는 게 눈에 보였다. 노트를 하면 매일 매일 조금씩 달라져서 왔다. 새힘배우님이 노래를 부르면 공기가 확 훈훈해지는 느낌이 든다. 목소리와 눈빛에 이 사람만이 갖고 있는 따뜻함이 있다. 또, 키가 큰데 모태 귀여움이 있어서 ‘왕크니까 왕귀엽다’라는 말처럼 다들 엄청 귀여워하면서 공연했다.

▲ 사진=네버엔딩플레이

조민영 연출은 “정말 대단한 배우분들이 모였다”면서 “배우분들이 이 작품을 유난히 하고 싶었다고 많이 얘기하셨다. 이 작품에서 하고 싶으셨던 걸 실컷 풀고 가시는 것 같았다. 항상 열의에 가득 찬 채로 연습실에 열심히 나오셨다.”고 전했다.

‘브론테’를 비롯해 추후 참여하고자 하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선한 작품을 좋아한다 밝힌 조민영 연출은 ‘인간이 가진 선’에 대해 확고한 가치관을 드러냈다.

“시몬 베유라는 철학자가 ‘상상 속의 악은 낭만적이고도 다양하나, 실제의 악은 우울하고 단조로우며 척박하고도 지루하다. 상상 속의 선은 지루하지만, 실제의 선은 언제나 새롭고 놀라우며 매혹적이다.’라고 말했다. 무척 공감한다,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려 애쓰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다양한 장애물을 넘어서 뭔가를 이뤄내려 애를 쓰는 것 자체도 멋지다. 그래서 사람들이 한계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걸 보고 있으면 좋다.”

연출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결이 같았다. 

“제 작품을 보시는 관객분들이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을 열렬히 한다는 게 멋진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제 자신이 그런 길을 걷고 싶기 때문에 공연을 한다고 생각한다.”.

조민영 연출의 차기작은 오는 9월 공연되는 뮤지컬 ‘킹스테이블’이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 “ 대본이 심장을 건드린 작품이다. 중국 작품이 원작인데 처음 보고 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고대의 가치를 지키려는 태도에 대해, 문명과 야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민영 연출은 ‘브론테’와 함께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극장을 방문해 주신 분들 덕분에 이 공연이 다시 무대에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객석에 앉는다는 게 너무나도 귀한 일이라는 걸 저희 팀원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여성만 나오는 작품은 안 될거라는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으며 초연을 올렸는데 감사하게도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제작팀에서 기쁘게 재연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객석을 채워주신 분들의 덕분입니다. 매일 한 발 한 발 감사한 마음으로 걷고 있습니다. 만약 ‘브론테’의 세번째 시즌이 온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도록 힘껏 애쓰겠습니다. 사랑하는 배우, 스태프 분들의 차기작에도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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