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의 습격]③ “얼마나 더 뛸까”…원자재값도 고공행진

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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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오전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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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의 습격]③ “얼마나 더 뛸까”…원자재값도 고공행진

[편집자주]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3.3㎡당 전국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 수준까지 다다랐다. 서울 강남 한복판 아파트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는데도 6000만원대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다며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일각에서는 1억원 넘는 분양가에도 고급 아파트가 속속 팔려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왜 이렇게 분양가가 치솟기만 하는지 그 원인을 파헤쳐본다.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이런 상황을 악순환이라고 봐야겠죠.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그러다보니 일감을 수주해도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됩니다. 원가가 높아져 나중에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올까봐 노심초사에요.”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푸념은 마냥 엄살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이 선뜻 수주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경기가 둔화하면서 공급은 줄고 분양가는 오르는 등 악재가 계속 누적되는 상황이다.

높은 분양가의 원인을 얘기할 때 주로 거론되는 부분은 고금리와 인건비다. 여기에 원자재값 상승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과연 원자재값이 얼마나 올랐길래 분양가 상승의 원인 중 한 부분으로 거론되는 것일까.

건설업계가 침체기에 빠졌다. 복합적인 이유로 공사비가 올랐고,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기초공사를 담당하는 업체들 역시 일감이 줄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내 레미콘 공장에 믹서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멘트는 42%나 가격이 급등했다. 3년 전 1톤당 가격이 7만8800원이었지만 현재는 11만2000원으로 올랐다. 전기료가 상승하고 공장 내 친환경 설비 설치 비용이 추가된 영향이다.

아울러 레미콘도 ㎥당 7만1000원에서 9만3700원으로 32% 상승했다. 골재(부순골재) 역시 ㎥당 1만4500원 하던 것이 1만9800원으로 36% 오르는 등 공사비 상승을 부추겼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 업계가 다 힘들다. 수주, 착공이 잘 안되다 보니 시멘트 업계도 모든 지표가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며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은 조금 내려왔지만 시멘트 제조를 위한 소성로(킬른)는 24시간 가동되는 데 여기에 소모되는 전기가 상당하다. 전기료 인하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철근은 중국의 철강 수출제한으로 수급 불안이 발생하며 2021∼2022년 가격이 급등했으나 원재료인 철 스크랩 가격 하락 등으로 최근에는 급등 이전 가격으로 다시 안정화된 상태다. 하지만 재고가 줄어듦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 단지의 조경,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 그리고 고급 마감재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 이러한 부분들 역시 공사비 상승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전쟁, 고환율 등 여러 이유가 겹치며 원자재값이 상승했다.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전체 공사비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로 이어졌다. 사진은 서울 소재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2015년 공사비=1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원가율은 90%를 넘어섰다.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이익은 줄어든다.

이러한 공사비 상승 등의 여파로 건설 수주는 2022년 229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89조8000억원으로 약 20% 감소했다.

높아진 공사비로 인해 건설사와 재개발·재건축 조합도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GS건설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약 322억9900만원으로 공사비 인상액 256억원을 비롯해 2022년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발생한 자재 수급 지연 청구액과 공사현장 민원 처리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왕십리역 인근 행당7구역은 공사비를 두고 대우건설과 재개발 조합이 306억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하며 고비를 넘겼다.

원자재값 인상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 차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고환율 등이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해 원유와 시멘트 같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 더불어 공사 현장 인건비도 올랐다.

홍남도 전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회장은 “건설경기 자체 수요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철재류는 가격이 많이 내려왔고, 시멘트, 레미콘 등도 추가적인 인상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인건비가 걱정이다”라며 “시멘트는 유연탄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 건설사들도 이를 토대로 적정 공사비를 책정하기 위해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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