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24년 만에 다시 만난 소꿉친구가 만든 기적

맥스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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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 오후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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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24년 만에 다시 만난 소꿉친구가 만든 기적

데뷔작으로 작품상·각본상 후보…셀린 송 감독, 오스카 역사 새로 썼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첫 번째 연출작인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두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계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이자, 데뷔작으로 작품상과 각본상 두 개 부문 동시 후보에 오른 감독으로는 네 번째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발표한 가운데 ‘패스트 라이브즈’가 ‘바비’ ‘오펜하이머’ ‘플라워 킬링 문’ ‘가여운 것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추락의 해부’ 등 쟁쟁한 작품들과 함께 최고상인 작품상 후보로 호명됐다.

이는 셀린 송 감독의 첫 번째 연출작으로 아카데미에 입성한 성과로 “지난 20년간 최고의 장편 데뷔작”(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지난 몇 년간 가장 눈에 띄는 데뷔작”(베니티 페어) 등 그동안 셀린 송 감독에게 쏟아진 극찬을 증명해낸 결과라 더욱 주목할 만하다.

각본상 후보에는 ‘추락의 해부’ ‘메이 디셈버’ ‘메이 디셈버’ ‘바튼 아카데미’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투자배급을 맡은 CJ ENM은 “대사의 절반 이상이 한국어 대사일 정도로 한국어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밀도 높은 스토리와 섬세한 감정선 등 각본의 완성도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 女감독 데뷔작, 오스카 작품상 후보 오른 사례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서 여성감독의 데뷔작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경우는 사례는 두 차례다.

‘작은 신의 아이들'(1986년)을 연출한 랜다 헤인즈 감독이 제59회 시상식에서 데뷔작을 작품상 후보에 올렸으나 수상은 불발됐다. 이어 그레타 거윅 감독은 ‘레이디 버드'(2017년)로 제90회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셀린 송 감독은 이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데뷔작으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연출자로 기록됐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작품상을 받는다면 여성감독의 데뷔작이 작품상을 받는 첫 번째 기록이 된다.

여성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기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2008년),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2020년), 션 헤이더 감독의 ‘코다'(2021년) 등이다.

한국인 혹은 한국계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는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1년 한국계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이다. 셀린 송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첫 한국계 여성감독으로 기록됐다.

또한 역대 아카데미에서 감독 및 작가로서 장편 데뷔작이 작품상과 각본상에 공동으로 후보에 오른 건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 셀린 송 감독이 첫 번째다.

CJ ENM은 국내 투자배급사 가운데 유일하게 ‘기생충’에 이어 2개의 작품을 아카데미 후보에 올렸다.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한국계 배우들이 한국적인 정서를 전하는 작품을 북미 시장에 선보이는 일이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보편적인 호소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은 일찌감치 예정된 일이기도 했다.

지난해 제3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해 호평받았고,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5개 부문 노미네이트, 제77회 영국 아카데미상 3개 부문 노미네이트, 제58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수상, 제33회 고담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수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연일 낭보를 전해왔다.

●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경험 녹인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은 영화 ‘세기말’ ‘넘버3’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어릴 때 캐나다로 이주해 성장한 감독은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미국을 오가면서 쌓은 경험과 정서를 ‘패스트 라이브즈’에 담았다.

영화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부모와 미국으로 이주한 나영 캐릭터는 셀린 송 감독의 상황과 겹친다. 주연인 유태오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2월19일 열리는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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