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빙의? 진짜 몰랐어요” 흥국생명의 소통창, 김태희 통역사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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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오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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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빙의? 진짜 몰랐어요” 흥국생명의 소통창, 김태희 통역사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좌)-김태희 통역ⓒ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좌)-김태희 통역ⓒ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용인, 권수연 기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외국인 선수, 감독들의 눈, 손, 귀, 입이 되어준다. 언어의 가교에서 전반적인 케어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 구석구석 손을 뻗친다. 

흥국생명과 함께 한지 이제 두 시즌 차를 맞이했다. 21-22시즌부터 구단과 함께 했고, 올 시즌은 아본단자 감독의 곁에서 그림자처럼 붙어다닌다. 스포츠통역사 김태희 씨의 하루는 짧고 숨차게 흘러간다.

최근 용인 소재 훈련장에서 아본단자 감독, 그리고 통역 담당 김 씨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아본단자 감독에게서 시즌에 대한 전반적인 구상과 더불어 경기장에서는 듣지 못한 소소한 일상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김 씨의 손과 귀, 입을 거쳤다. 

인터뷰에 응한 김태희 씨는 “지금이 더 바쁘다”는 말로 감독과 선수가 아닌 본인의 이야기를 선선히 전했다. 그는 “이반 피지컬 트레이너도 지난 주에 합류했고, 감독님이 선수와 스탭들을 많이 궁금해하시기에 지금이 정말 정신없다, 잠시 출국하셨다가 6월에 돌아오실때는 본인의 스타일을 더 많이 관철시킬 예정이기에 훨씬 바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타지에서 외인 감독과 선수에게 김 씨는 유일한 창구다. 비단 말을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즌이 끝나도 소통은 멈추지 않는다. 통역의 일상을 물었다. 

“오전에는 트레이너 선생님들이랑 똑같은 스케줄을 소화해요, 또 배구 말고도 사람이 여기 살아야 하니까 비자문제나 (감독, 선수) 가족들 매니저 역할도 해줘야하고요, (감독님) 자녀들 유치원이나 태권도 등록같은 부분도 다 맡아야돼요, 특히 감독님은 선수랑 관점이 아예 달라서 같은 통역인데 다른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선수들과 워낙 소통이 많으니 저도 모든 스탭들과 다 소통해야하고요, 영어도 하고 배구까지 아는 통역이 많지 않아서 분석 미팅에는 주로 제가 투입됩니다”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좌)-김태희 통역ⓒ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좌)-김태희 통역ⓒ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손발에 입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온갖 매니저 업무부터 일상적인 회화를 완벽하게 구사해야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 용어에 심지어 근육, 뼈에 대한 용어까지 꿰고 있어야한다. ‘대충’이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만만치 않은 직업인데 처음부터 스포츠통역사를 꿈꿨을까? 대번에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털어놓은 김 씨는 “스포츠는 문외한이었고 배구도 잘 몰랐다, 대신 어릴 적 중국에서 살았고 국제학교를 거기서 다녔기에 영어는 원래 가능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쪽(통역일)을 하던 지인분이 계셔서 조금 알았을 뿐”이라며 “어느 날 통역사 공고가 떴길래 덜컥 원서를 넣고 합격해서 직장을 그만뒀다, 처음 이 일을 맡았을 때는 원정경기니 훈련이니 하는 지식이 없어 처음부터 공부를 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기존에는 선수를 위한 통역으로 조용히 활동했다. 하지만 유달리 화통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아본단자 감독의 곁에서는 그럴 수 없다. 김 씨는 지난 3월 19일, 현대건설전 4세트 스코어 19-19에서 작전타임 중 아본단자 감독의 다그치는 말투, 허리에 손을 얹은 제스처까지 빙의(?)한듯한 통역으로 눈길을 모았다. 

[사진=SBS스포츠 중계 자료화면]
[사진=SBS스포츠 중계 자료화면]

이에 대해 전하자 김 씨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진짜로 (당시 상황을) 자각하지 못했다, 감독님께서 워낙 열정적인 분이다”라며 “나는 원래 누구에게 뭐라고 (강하게) 말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아본단자 감독님이 워낙 선수들에게 강하게 말씀하시는 분이라 내가 어느 순간 그걸 따라하고 있더라,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며 솔직하게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어쩔때는 감독님의 억양을 조금 걸러 말하고 싶은데 그럴 시간조차 없다, 워낙 전하고 싶어하는 말씀이 많으시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말씀 자체가 예를 들자면 ‘정신차려!’ 이런식이라 거를 수도 없다”며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언어는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체력이다. 의외지만 당연한 요소다. 김 씨는 “나는 운동을 정말 못하지만 체력이 좋다, 죽어도 안 아프다(웃음)”라며 “통역은 대체가 없기에 몸이 건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스포츠통역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보면 내가 직접 운동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동기부여가 된다”이라며 “활동적이고 사람을 좋아하고, 언어에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봐도 좋은 직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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