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이강인 속죄+파리행 지도자 인생 건 황선홍, 침묵 축구협회는 ‘걸 것 없나’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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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3 오전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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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언중유향]이강인 속죄+파리행 지도자 인생 건 황선홍, 침묵 축구협회는 ‘걸 것 없나’

▲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겸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겸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겸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겸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겸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겸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우리 감독들은 (능력 여하를 떠나) 왜 매번 운명을 걸어야 합니까.”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중 축구는 유독 지도자 회전율이 높다. 감독이라는 직업이 ‘파리 목숨’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도 경력이 쌓여 가면서 다시 돌아와 원래 맡았던 팀이 아닌 다른 팀을 맡는 경우를 보기는 쉽지 않다. 

수명 짧은 축구 지도자, 실패 낙인 찍히면 현장 복귀 요원…경영 실책 가려져

올해 만 64세인 ‘학범슨’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2년 만에 새 직장을 얻은 것 자체가 화제였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잘 알려진 김 감독이 역량을 보여준다면 찬사를 받겠지만, 반대라면 비판과 마주할 수 있다. 일단 개막 2경기에서 1승1무로 순항 중이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를 앞세운 리더십은 훈련장 안에서가 전부다. 그것도 많이 유순해졌다. 밖에서는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선수들을 대한다. 세대차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팀 융화를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FC 이정효 감독은 겉으로는 다혈질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경기를 이끌기 위해 벤치 기술지역 안에 있을 뿐이다. 그 역시 늘 고민하고 있다. “건강 관리를 잘하셔야 한다”라고 하자 “건강 지켜야 하지만, 솔직히 걱정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난한 시도민구단의 감독으로 지난해 승격하자마자 3위로 2024-25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가져왔지만, 전술 공부 외에 인프라 걱정을 달고 산다. 

팬들의 눈높이 표준에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최근까지 1947년생 로이 호지슨 감독이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 24번째 팀(대행 포함)이었던 크리스탈 팰리스를 지휘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났지만, 젊은 지도자들에게 밀리지 않으려 공부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능력과 경륜이 없다면 불러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령’으로 불린 호지슨의 분투는 놀라움 그 자체다. 

최근 국내 축구의 경우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구단 경영진이 이를 이용해 ‘합의 하에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의 경질이지만, 겉 포장만 결별이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지도력의 연속성이 끊어지는 결과로 이어져 팀의 정체성과 선수 육성 체계가 동시에 흔들리는 역효과로 이어진다. 

이는 구단 경영진의 축구단에 대한 몰이해와 함께 지도자 최고 자격증인 ‘P라이선스’ 보유자가 서서히 늘고 있어 얼마든지 새로운 인물로 물갈이가 가능한 손쉬운 행정 처리 선택으로 이어진다. 거센 팬의 요구를 적절히 들어주면서 경영진도 원하는 ‘감독 교체’ 목적을 이루는 셈이다. 

일련의 상황들에는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이다. 지도자의 철학이 확고하고 능력이 좋으면 빠르게 팀의 중심이 회복되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회복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이름값에 의한 겉 포장은 화려하지만, 명성에 맞지 않는 지도력은 경기력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이는 팬들도 아는 사실이다.

일부 P급 지도자들은 아직 프로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가대표 출신 한 원로 지도자는 “우리 지도자들은 왜 매번 운명을 걸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프로니까 자신의 능력 없음이 보이면 책임지는 것은 책무지만, 팀 전체로 보면 선수 영입 지원, 훈련 시설 구축 등 ‘경영’의 영역에 있는 능력이 떨어져 감독이 원하는 선수단을 구성하지 못한 상태로 시즌이나 대회를 치르다 부진하면 온갖 욕설과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도자들의 성향 차이가 있겠지만, 프로 감독에게는 기본적으로 책임 의식이 있다. 이를 팬들 앞에서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이해도가 다를 것이다. 확실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면 팬들도 이해하면서 경영진이 제대로 보좌하는가에 대한 의심에 무능을 꼬집을 것이다. ‘우리 감독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고 외치는 것 말이다”라며 과거보다 의식이 개선된 환경에서는 책임의 비중이 지도자에게만 무작정 기울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 이강인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 이강인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 이강인 손흥민 ⓒ곽혜미 기자
▲ 이강인 손흥민 ⓒ곽혜미 기자

이강인 속죄+파리행에 축구 인생 건 황선홍 앞세운 축구협회는 무엇을 걸었나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뒤 유명세는 있으나 전술, 전략이 총체적으로 섞인 지도력이 없는 지도자에게는 ‘위르겐 OO’라거나 ‘OO스만’이라는 오명이 붙고 있다.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자유롭게 풀어 놓았던 결과, 이른바 ‘탁구 게이트’ 사태를 두고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막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불화가 문제였다”라는 식으로 돌리는 화법은 그야말로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이 원로의 말은 황선홍 임시 A대표팀 감독 겸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의 겸임으로 이어 붙었다. 그는 “황 감독은 본인이 최종 선택한 것이지만, 정말 부담스러울 것이다. 클린스만 경질로 일어난 일들을 혼자 치우는 것 같지 않나. 이 안에 단순히 태국과 두 경기만 치르고 4월에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본선 티켓만 따면 일만 있나. A대표팀은 위계질서와 팬 신뢰 회복이 있고 올림픽은 상대 선수단 점검 등 일이 태산이다. 이것을 지금 황 감독에게 다 전가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한축구협회의 행정과 의사 결정을 성토했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호출했다. 그는 “이강인은 축구 팬들과 팀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싶어 했다. 또, 이번 문제가 둘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안에 있는 팀원,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등 모든 구성원의 문제다.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며 ‘선수단’의 범주에 포함된 이들의 잘못이 부른 항명 사태였다고 지적했다. 

입때껏 황 감독을 본 이래 가장 강한 어조였다. 그는 “이강인을 향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다”라는 지적에 “이강인 발탁 결정은 전적으로 제가 했다. 이번에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면 당장의 어수선함은 넘어갈 수 있지만, 안 부르고 다음에 부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는 단호함을 보였다. 

결국 “징계는 협회 규정상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는 것이 전부”라는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말과 달리 대사건을 만든 이강인에게 징계 대신 ‘사죄의 장’을 황 감독이 용단으로 만든 셈이다. 이에 대한 책임 역시 황 감독이 지고 가야 한다는 분노도 분출되고 있다. 

태국과의 2연전 난도는 상대보다 우리에게 달려 있다. 찢어진 조직력을 보여주며 2승 내지는 원정의 어려움을 고려해 1승1무로 정리하느냐 따라 달라진다. 자칫 한 경기라도 결과가 나쁘면 비판의 화살은 선수를 지나 황 감독에게 향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축구협회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선수단 내분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는 전혀 할 생각도 없다. 관련 질의를 해도 이제는 묵묵부답이다. 한마디로 선수들이 화해 하고 결의를 보여줬으니 그만 파달라는, 지난해 3월 승부조작범 사면 파문 당시 흘러갔던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 이강인의 사과가 공개되기 전까지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 질문하면 “축구협회에 물어보세요”라며 공을 던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도자 인생을 건 황 감독의 3~4월이다. 태국과의 2연전을 잘 넘겨도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가져오지 못하면 과거 포항 스틸러스에서 리그와 FA컵 우승 등의 업적은 이 실패 하나로 사라질 수 있다. 그가 다시 프로팀 지휘봉을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큰 대회에서 실패한 지도자를 팬들 눈치를 선택적으로 보며 쓰지 않으려는 이상한 문화가 국내 구단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더 그렇다. 이강인과 파리행을 위해 “축구를 하면서 어려울 때는 피해 가고 쉬울 때만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감독직 수락으로) 결단 내렸다”라는 황 감독의 결연한 자세가 안타까울 뿐이다. 

1년에 P급 지도자는 25명 안팎으로 배출된다. 정말 적은 숫자고 이들 모두가 프로나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지도자 아까운 줄 모르는 축구협회는 언제 “어려운 때 피해 가고 쉬울 때만 나서는” 모습을 멈추고 진정성 있게 호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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