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야 매력?…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달라진다 [D:방송 뷰]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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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7 오후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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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야 매력?…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달라진다 [D:방송 뷰]

‘남남’→ ‘일타 스캔들’

지질·병약미 장착한 남자 주인공 각광

프로페셔널함과 카리스마는 물론, 그 이면에 다정함까지 갖춘 완벽한 재벌 2세, 또는 실장님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대신 다소 지질하고 병약하지만, 서로 다른 매력들을 갖춘 남자 주인공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지니 TV 드라마 ‘남남’에서는 주인공 은미(전혜진 분)가 첫사랑 재홍(안재욱 분)을 다시 만나 설렘을 느끼고 있다.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설정 자체는 로맨틱하지만, 그들이 다시 만나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여느 드라마들과는 조금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지니 TV ⓒ지니 TV

환자로 선배의 병원을 찾았다가, 물리치료사 은미에게 치료를 받게 된 재홍이 수줍게 “나 재홍이야”라는 고백을 하자 차갑게 굴던 은미가 돌연 그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그에게 굴욕을 안긴 것이다. 이후 은미의 친구 미정(김혜은 분)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재홍이 은미의 딸 진희(최수영 분)의 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화장실에서 구타를 당한 뒤 맥없이 주저앉은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진희의 선배로, 추후 진희와 러브라인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재원(박성훈 분)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재홍처럼 굴욕을 당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흥분한 진희에게 휘둘리다 그에게 얻어맞아 코피를 흘리는 등 중요한 순간 진희에게 당하는 모습으로 웃음과 설렘을 오가고 있다.

최근 방송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는 아내 차정숙(엄정화 분)을 무시하며 불륜까지 저지르던 중, 그가 다시 의사가 돼 다른 남자의 관심을 받자 돌연 태도를 바꿔 매달리는 등 서인호(김병철 분)가 의외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구현해 낸 김병철의 공과 맞물려 마성의 하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관심을 받았다.

멜로 드라마에서 ‘병약미’를 강조하며 사랑을 받기도 한다. 인기리에 방송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 분)과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갔던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이 대표적인 예로, 행선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망가지면서도 때때로 설렘을 유발하며 색다른 케미를 보여줬었다. 정경호는 이 드라마로 ‘병약 남주의 대표주자’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면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었다.

재벌 2세인 호텔 본부장 구원(이준호 분)과 호텔 직원 천사랑(임윤아 분)의 로맨스를 다루는 JTBC ‘킹더랜드’에서도 구원이 질투에 눈이 멀어 지질한 모습을 보여주며 코믹한 매력을 강조하는 등 과거의 재벌2세 캐릭터와는 다소 다른 면모를 담아내기도 한다.

이렇게 남성 주인공들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변화된 이유 중 하나는 여성 캐릭터들의 주체적 면모가 강조되는 흐름이 커지면 서다. 한때는 백마 탄 왕자, 또는 완벽한 실장님 캐릭터들이 트렌드처럼 이어졌다면,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의 매력을 강조하는 남자 주인공들이 사랑을 받는 셈이다.

지난 2016년 방송된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는 키스신 장면에서 여성을 벽에 밀치며 남성성을 과시하는 모습으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는 여자 주인공의 손목을 억지로 잡아끄는 모습을 로맨틱하게 그려내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멜로 드라마들이 주인공의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폭력적인 모습들을 연출해 빈축을 사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처럼 다양한 매력을 장착한 남자 주인공들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다만 여자 주인공의 강인함, 주체적인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남자 주인공을 지나치게 지질하게 표현하거나, 혹은 ‘닥터 차정숙’의 서인호처럼 불륜 등을 귀여운 지질함으로 포장하는 등 그 한계 또한 없지 않은 상황이다.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더욱 긍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남자 캐릭터의 다양성을 고민하는 것 또한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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