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계좌 유지 수수료도 받는데”…이자이익 쏠림 지적에 속타는 은행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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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9 오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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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계좌 유지 수수료도 받는데”…이자이익 쏠림 지적에 속타는 은행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의 현금인출기(ATM)에서 시민들이 입출금을 하는 모습. 2022.12.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돈 잔치 논란’에 이어 이자 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도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이자이익을 늘릴 필요성을 절감하나, 투자일임업 허용 등 규제 완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금산분리를 통해 비금융 산업에도 진출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제도개선 TF)’를 통해 이르면 다음 달 ‘비이자 이익 비중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TF는 은행권 경쟁을 촉진할 방안을 찾으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다.

금융당국이 TF의 주요 과제로 ‘비이자 이익 비중 확대’를 꼽을 정도로 은행권의 이자 이익 의존도는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벌어들인 이자 이익은 39조6739억원으로 전체(48조4038억원)의 82%에 달한다.

비이자 이익의 경우 2조9088억원 줄어든 8조7299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영업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2%에서 18%로 감소했다. 금리상승에 다른 채권 처분 손실이 확대된 영향이나, 이전에도 전체 영업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비이자 이익 비중이 40%대로 국내 은행권 수준을 크게 웃돈다.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웰스파고 등 미국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비이자이익 비중은 43%다.

이자 이익이란 금융회사가 공급한 대출을 통해 거둬들인 이자 수익에서 비용을 뺀 값이다. 대출 금리는 시장 금리에 연동되는 만큼, 금리상승기에 금융회사의 순익은 크게 확대된다.

반대로 금리 하락기엔 거둬들이는 이자도 줄어들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자 이익에 편중된 은행권의 수익 구조는 최근 돈 잔치 논란과 맞물려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별다른 노력 없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덕으로 역대급 수익을 올렸으면서, 취약 차주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초 모 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은행이 시장 상황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로 손쉽게 이익을 거두면서도 상생 노력은 충분히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도 수년 전부터 비이자 이익을 강조하며 펀드 영업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환경이나 수수료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비중을 늘리긴 어렵다고 토로한다.

비이자 이익은 크게 펀드·신탁 등 수수료와 유가증권 관련 손익으로 구성된다. 4대 금융지주 기준으로 비이자 이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9%다. 일부 지주는 채권 처분 손실로 인해 수수료 이익이 전체 비이자 이익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은 자산관리 자문 서비스로도 수수료를 거두지만, 국내 은행들은 상담을 통해 펀드 같은 상품을 판매해야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중도상환수수료나 이체 수수료 등 그나마 있는 수수료마저 줄이는 분위기”라며 “‘은행은 당연히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는 한국 시장만의 정서가 있어, 다시 늘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자금 이체 등 은행의 인프라 이용한 업무에 대해 이용료인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일반적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잔액이 일정 규모 이하인 계좌에 대해선 ‘계좌 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국내 은행과 다르게 자산관리나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수취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분석 따르면 JP모건·뱅크 오브 아메리카·웰스파고 등 미국 3대 은행의 지난해 비이자 수익 비중은 전체의 45%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은행이 영위하지 않는 카드사·증권·자산운용 부문에서 많은 수익을 올렸는데, 이들 은행이 국내 금융권과 유사한 업권 구분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하면 비이자 수익 비중이 33%로 12%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 참석해 “자산관리나 중개 수익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취급하는 투자일임업, 신탁·자문업의 영역이라 국내 은행들은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비이자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선 일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5% 규정을 비롯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나 투자일임업을 허용 등이 거론된다. 현행법상 국내 은행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만 투자일임업이 허용돼 있다. 은행권은 제도개선 TF에 투자일임업 등 ‘WM(자산관리) 관련 영업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통해 배달이나 유통 등 비금융 업종에 은행이 진출할 길을 열어주는 방안도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규제혁신회의를 금융사 자회사 출자 범위·부수업무 확대 등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은행의 대표 수익성 지표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아니고 순이자마진(NIM)이 될 정도로 은행권이 이자 이익에 집중하는 모습은 문제”라면서도 “다만 은행에도 ICT 등 비금융 자회사 설립을 통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이자이익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급하게 추진하다간 자칫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의 경우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으나, 정부가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투자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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