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행운은 누구에게나”…’2등 무더기 당첨’ 로또 명당 가보니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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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오전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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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행운은 누구에게나”…’2등 무더기 당첨’ 로또 명당 가보니

“조작은 아닌 것 같고, 그냥 대박 명당이 아닐까요?”

로또 2등 당첨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에 있는 복권판매소에서 8일 오후 만난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원래 로또 사는 곳이 있는데, 이번주는 여기로 왔다”면서 “당첨자가 많이 나왔으니 나도 당첨될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4일 제1057회 동행복권 로또 추첨 결과, 5개 번호와 보너스 번호를 맞춘 2등은 664명이었다. 그런데 이 복권판매소 한 곳에서 무려 103명이나 당첨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로또 판매점은 평일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마치 로또가 가장 잘 팔리는 시간대인 금요일 오후 저녁 시간대를 방불케했다. 사람들이 계속 몰리면서 로또를 사려는 줄이 아례 가게 밖에까지 이어졌을 정도다.

20·30대인 이른바 MZ세대들도 로또 당첨의 꿈을 안고 줄을 서 있었다. 한 20대 청년은 “103명이 나왔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된다”면서 “이번에는 내가 될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 복권판매소는 식음료를 함께 파는 소형 슈퍼마켓이다. 80대 사장 전모씨에 따르면 올해 20년째 가게 영업을 하고 있으며 부부는 평생 장사만 했다고 한다. 복권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남짓이다. 부인 설모씨에 따르면 부부는 살면서 요행이나 재수를 바란적은 전혀 없고 순리에 맞춰 인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부인 설 씨는 “그냥 장사하고 복권도 팔고 그랬는데 이번에 2등이 많이 나오면서 유명해졌다”며 “손님들이 많이 와서 오히려 힘들다”고 말했다. 남편 전 씨는 “2등 당첨자가 많이 나오기 전날 특별한 꿈을 꾼 것은 없다. 조상님 꿈도 안꾼다”고 말했다. 매출이 얼마나 뛰었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아유 몰라. 그냥 사람들이 많이 오는거 밖에는…”라며 답을 피했다.

로또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작은 실랑이도 있었다. 한 30대 남성은 로또를 산 뒤 판매소를 나서며 “이거 다 조작 아니냐! 조작이다”라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소위 ‘정부 로또 조작설’을 제기했다. 한 복권판매소에서 어떻게 103명이나 2등에 당첨될 수 있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로또 조작설 여론이 일자, 지난 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복권위)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복권위는 6일 “2등 당첨 확률은 136만분의 1이다. 제1057회차 판매량이 1억1252만장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구매자가 균등한 번호를 조합했을 경우 당첨자는 (산술적으로) 83명 안팎에서 발생한다”며 “하지만 현실에서 구매자의 선호 번호, 앞선 회차들의 당첨번호, 구매용지의 가로·세로·대각선 같은 번호 배열 유형 등의 이유로 당첨자가 많을 수 있다. (반대의 상황에서 당첨자가) 극단적으로 1명까지 줄어들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또 추첨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된다. 방송 전 경찰관과 일반인 참관 아래 추첨 기계의 정상 작동 여부와 추첨용 공의 무게·크기 등을 사전 점검한다”며 “복권 추첨기와 추첨용 공은 경찰관 입회 하에 봉인작업과 해제 작업을 진행하기에 누구도 임의로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탄 로또 판매점의 수익은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익명을 요구한 로또 판매점 사장은 “로또 명당으로 소문나면, 그냥 앉아서 돈 버는 장사”라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수익은 알 수 없지만, 로또만 팔아서 못해도 월 수백만원은 벌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또 판매점은 로또 판매를 대행하고 정부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 수수료는 5.5%다. 예를 들어 1만원어치 로또를 팔면 550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하루에 로또 100만원 어치를 팔면 5만5000원을 수익금으로 챙긴다. 따라서 ‘로또 명당’이라 소문난 판매점들의 경우 판매율이 높아지니, 수익금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 판매점은 전국에서 로또 판매액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데, 한 주 기준으로 로또 판매액이 억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제는 ‘로또 명당 판매점’을 운영하게 된 80대 노부부는 인생에서 요행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복권판매소에는 이런 부부의 철학이 담긴 글귀가 적혀있었다. 부인 설 씨는 ‘로또 명당으로 소문나면서 이제 부자 될 일만 남은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그런 것 나는 몰라요. 그냥 다른 사람들과 같이 눈 뜨면 장사하고 어두워지면 집에 가고 그랬지”라며 “로또도 꾸준히 사고 성실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 그런 행운이 찾아 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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