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OTT가 사회적 의제를 정하는 시대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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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9 오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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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OTT가 사회적 의제를 정하는 시대

'나는 신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보통 TV나 영화 같은 매스미디어들은 사회적인 의제를 발굴해낸다는 의미로 ‘오피니언 리더’로 불린다. 최근에는 OTT 플랫폼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OTT 플랫폼을 통해 나온 작품들이 사회적인 의제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통해 불거진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그 관심이 옮겨 붙어 결국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의 낙마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기독교복음선교회 이른바 ‘JMS’로 불리는 종교단체에 대한 경각심으로 이어졌다. 그 불씨는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었다.

지난 3일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는 총 8부작인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3부작으로 JMS에 대한 내용으로 채웠다. JMS의 교주 정명석이 1990년대부터 계속 제기돼왔던 여신도 성폭행, 성추행과 관련된 내용이 서막을 장식한다. 그리고 이탈자에 대한 응징을 가하는 JMS의 조직적인 폭력 그리고 2018년 수감 후에도 해외를 돌면서 성폭행 혐의가 제기되는 정명석의 최근을 담았다.

후폭풍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일단 2000년대 초반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알고 있던 시청자들에게는 ‘나는 신이다’에서 새롭게 공개된 녹취와 영상의 수위 때문에 그 충격이 한층 커졌다. 또한 그 방송을 접하지 못했던 20대 중반 이후 젊은 세대들에게는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는 통로가 됐다.

방송 이후 전국 교회 중 JMS와 연관돼 있는 교회들의 주소와 위치가 공유되기 시작했고, 연예계에서는 가족이 신도인 이들과 관련한 논란이 일어나면서 연예인 본인이 입장을 밝히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더 글로리’가 학교폭력에 대한 공분을 사회적 의제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면,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에서 일어나는 불의의 행위들에 대한 분노를 올린 셈이다.

처음 OTT 플랫폼이 대한민국에서 유행했을 때, 가장 선두에 있던 것은 극성을 가진 드라마 작품이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자체를 널리 알린 김은희 작가의 좀비물 ‘더 킹덤’의 경우나,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드라마 콘텐츠의 파급력을 증명했던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작품은 모두 드라마였다.

그에 비해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예능이나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그 지분이 적었다. 특히 해외에서는 자연, 인물, 역사, 이슈 등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OTT 다큐멘터리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

최근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왓챠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시즌을 다룬 ‘클럽하우스:한화 이글스’를 론칭했고, 이는 오는 30일 공개가 예정된 티빙의 스포츠 다큐멘터리 ‘아워게임:LG 트윈스’로 이어진다. 또한 지난해 말 대한민국을 달궜던 카타르월드컵 16강의 열기를 반영하듯 쿠팡플레이의 국가대표 축구팀 다큐멘터리 ‘국대:로드 투 카타르’가 인기를 얻었다.

'국가수사본부', 사진제공=웨이브
‘국가수사본부’, 사진제공=웨이브

스포츠 다큐멘터리로 태동한 다큐멘터리의 관심은 시사고발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신이다’의 화제와 더불어 웨이브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의 배정훈PD가 연출한 ‘국가수사본부’가 방송을 시작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경찰서의 강력팀을 쫓아가며 사건의 신고부터 수사 그리고 용의자의 검거에 이르기까지 수사의 처음부터 끝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OTT와 밀착하는 이유는 그 사실성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가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을 통해 방송 중이지만 심의 때문에 수위가 높은 표현에 어려움이 있다. TV에서 많은 다큐멘터리가 역사나 자연, 인간 등 상대적으로 표현수위가 낮은 작품들을 주로 내보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하지만 OTT에서는 넷플릭스의 ‘섹스토피아’나 ‘익스플레인:섹스를 해설하다’ 등의 작품처럼 성(性)을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는 등 그 수위가 자유롭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많은 부분 희석할 수 있다. 비록 소재는 완벽하게 같지 않지만 지금 공개되는 OTT 다큐멘터리에서는 그 표현이 예전보다 앞섰다.

MBC가 제작했던 ‘나는 신이다’의 경우 1회 초반부터 정명석의 녹취영상이 공개되며 그의 발언들이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조금 더 자세한 묘사를 통해 사건을 겪었을 피해자들의 고통이 보는 이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전이되는 느낌을 준다. ‘국가수사본부’의 경우도 시사 다큐에서 흔히 나오던 재연, 가명 등의 요소를 없애고 용의자, 지명 등의 실명이 바로 언급되며 더욱 실재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한겨레신문에서 사내벤처로 육성한 ‘팩트 IP’ 전문업체 팩트스토리의 성공담 등을 바탕으로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각 언론사들도 자체 취재 노하우나 인력을 바탕으로 실화에 대한 지식재산권(IP)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러한 실화에 OTT 제작진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더해지면 더욱 폭넓은 시사 다큐멘터리의 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나는 신이다’는 그 첫 단추로 여겨진다.

앞으로 뉴스를 기반으로 한 시사의 영역도 “어제 그 뉴스 봤어?”가 아닌 “어제 그 다큐 봤어?”로 대중의 반응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팩트로 승부를 거는 OTT 다큐멘터리의 확장은 더욱 더 OTT 시대로 접어드는 가속력을 상징하는 사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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