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훔쳐 법정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살기 너무 힘들어서”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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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4 오전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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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훔쳐 법정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살기 너무 힘들어서”

© News1 DB

#지난 2021년 12월말 A씨(78)는 부산 강서구 한 농장 앞에 있던 12만원 상당의 기름통을 몰래 훔친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사는 절도 전력이 다수 있었던 A씨에게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라”고 꾸짖었다.

#같은해 3월23일 B씨(78·여)도 부산 남구 한 마트에서 직원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진열대에 있던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여러 절도죄 전력으로 또다시 법정에 선 B씨는 판사에게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초고령사회’ 부산에서 ‘노인 장발장’ 문제가 지속적으로 심화하면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생활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연구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지역안전지수 개선·관리체계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부산지역 65세 이상 5대범죄 범행 비중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대 중 10대부터 40대까지는 범죄 비중이 줄었으나 50대부터는 증가했으며, 65세 이상 고령층의 증가세가 도드라졌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65세 이상 범행 비율은 2017년 7.7%, 2018년 8.9%, 2019년 10.4%, 2020년 11.8%, 2021년 14.5% 순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선 2017년과 비교해 2021년의 범행 건수는 크게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의 경우 인구 1만명당 범행 건수는 2017년 50.1건에서 54.7건으로 늘었다.  

연구원은 절도 범행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부산의 경우 전국 특·광역시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고령층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이 증가함에 따라 ‘생계형 절도’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절도 범죄 중 생계형 범죄로 볼 수 있는 10만원 이하의 소액 절도 범죄는 2019년 26.7%, 2020년 32.2%, 2021년 36.9%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도죄는 재범 위험도 높아 선제적 대책이 필요하다. 2020년 부산 주요 범죄 중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는 절도죄(43.7%)였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에 내몰린 취약계층 노인들의 일자리를 확대해 사회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최근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OECD 국가와 비교하면 가장 높은 수치”라며 “노인 연금 가입 비율이 낮고 사회 참여가 많지 않은 점은 생계형 범죄율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일자리 사업을 늘려 생활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며 “지역 공동체에서 노인들의 만남과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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