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못 받나, 中서 반도체 못 만드나…삼성·SK 속 탄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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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5 오후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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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조금 못 받나, 中서 반도체 못 만드나…삼성·SK 속 탄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반도체 법 관련 화상 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AFP=뉴스1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반도체 법 관련 화상 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AFP=뉴스1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장려를 위해 39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본격적으로 풀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보조금 신청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다.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 (61,300원 ▼700 -1.13%)SK하이닉스 (91,000원 ▼1,700 -1.83%)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美 가드레일 세부 요건에 따라 삼성·SK 보조금 혜택 여부 갈려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정책을 총괄하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워싱턴 DC 조지워싱턴대에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위한 칩스법 및 장기 비전’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개최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칩스법 보조금 신청이 28일부터 시작된다”며 “보조금은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유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이 언급한 보조금은 390억달러 규모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키면서 총 5년간 527억달러 예산을 편성했다. 여기 반도체 생산 보조금과 연구개발(R&D)지원금 132억달러가 포함된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지원법은 곧 국가안보를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제조 위축은 우리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고, 외국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의존은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친다”며 “반도체 지원법에 의해 촉발된 연구와 혁신, 제조를 통해 미국은 기술 초강대국이 되어 향후 수십 년 동안 경제 및 국가 안보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연구개발부터 신기술 혁신, 제조까지 모두 가능한 최소 2개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아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고이자 유일한 반도체 제국이 될 것이라는 야심을 또 한번 드러내면서 한국 기업들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는 눈치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추후 나올 보조금 지급 세부 요건에 주목한다. 미국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내걸었다. 미국의 보조금으로 중국이 혜택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다.

다음주 보조금 신청을 받으면서 상세 기준이 안내될 것으로 보인다. 세부 요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미국 정부는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내 기존 시설 운영은 제한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 기업들의 주력제품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레거시 반도체 정의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향후 상무부 장관이 국가정보국장과 협의해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은 반도체 공급과 관련해 동맹국과 계속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면서 동시에 “악의적 행위자들이 이런 기술을 오용하는 것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한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공급망이 몰린 아시아 국가, 악의적 행위자는 중국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일본기업과 한국 기업 모두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보조금 신청을 환영한다”며 “다들 인텔이 얼마를 받을지, 삼성이 얼마를 받을지 궁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워싱턴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오른쪽 아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조 바이든 트위터, 뉴스1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워싱턴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오른쪽 아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조 바이든 트위터, 뉴스1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유예 기간 끝나면 삼성·SK 반도체 기술 한도 둘 듯”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도 여전히 국내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 유예 기간을 받았다. 러몬도 장관 강의에 앞서 같은 날,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생산품에 제한을 둘 수 있다고 밝혔다.

예스테베스 차관은 이날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개최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유예 기간 종료 후 어떻게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기업들이 생산하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기업들이 어떤 ‘단’의 낸드플래시를 만들고 있다면 어느 수준에서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반도체 셀을 높게 쌓는 적층 기술로 기술 수준이 결정되는데, 어느정도 이상의 첨단 낸드플래시는 생산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스테베스 차관은 “동맹 기업에 피해를 주고 싶지않다. 한국 기업들과 심도있는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도 “(어디까지 허용될 지는) 중국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정치 이슈로 번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정부 간 논의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공장을 그대로 운영하며 미국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고,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달 중순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 미국과 계속해 협력하고 있다”며 “아시아에 집중돼있는 공급망 완화 노력에 우리도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다”며 “정부가 하는 일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발맞춰 지원하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인 요건이 나온 것이 아니니 정부가 그 전에 미국과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며 “기업은 정부를 통해 대응하고,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내에서 잘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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