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통행료 30만원, 거의 기름값”…20년 참은 이 섬 주민들 터졌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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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오전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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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통행료 30만원, 거의 기름값”…20년 참은 이 섬 주민들 터졌다

22일 오후 12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휴게소에서 바라본 영종대교의 전경./사진=박상곤 기자
22일 오후 12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휴게소에서 바라본 영종대교의 전경./사진=박상곤 기자

“서울 남산터널은 2000원 통행료도 면제해준다는데 영종대교는 여전히 왕복 1만원을 넘게 내네요.”

22일 오후 인천 영종하늘도시 한 주유소에서 만난 40대 남성 한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직장이 서울에 있는 한씨는 출퇴근을 위해 매일 영종대교를 건넌다. 한씨가 하루에 지출하는 왕복 통행료는 1만3200원. 한씨는 “한 달 통행료만 30만원이 넘게 든다”며 “기름값과 맞먹을 지경”이라고 밝혔다.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뿐이다. 각각 2000년 11월, 2009년 10월 개통했다. 영종대교의 소형차 통행료는 6600원, 인천대교의 통행료는 5500원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평균 통행료와 비교하면 2018년 기준 영종대교는 2.28배, 인천대교는 2.89배 비싸다. 민자 고속도로 평균 통행료와 비교해도 2배 비싸다.

영종·인천대교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는 인천 영종도 주민들과 직장인들의 불만은 2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영종·인천대교 통행료를 다른 고속도로 통행료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종도에 10년째 거주한 박수현씨 가족은 본인과 남편, 큰딸이 각각 용인·파주·서울로 출퇴근과 통학을 한다. 박씨 가족이 한 달에 통행료로 지출하는 금액은 80만원 남짓. 박씨는 “법인차량을 이용해 통근하고 있는데 개인 소유 차량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주민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가족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영종도 사는 10년 동안 중형차 한 대 값을 통행료로 썼다 말한다”고 했다.

현재 영종도 주민들은 북인천IC를 지나는 영종대교 하부도로와 인천대교 통행시 하루 6400원까지 요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요금이 면제되는 차량은 개인 소유로 등록한 차량이어야 하고 소형차 1대와 경차 1대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 렌트나 법인차량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서울을 포함한 타지역으로 이어지는 영종대교 상부 도로는 예외없이 모두 통행료를 내야 한다.

영종도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도 불만이 크다. 그간 영종도의 인천 중구청 제2청사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통행료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공무원 보수 지급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인천시가 지원금을 전부 회수하라고 결정하면서 난리가 났다.

인천시청은 2018년부터 2019년 중순까지 영종도로 출퇴근한 공무원들에게 통행료 지원금 2억900여만원을 돌려받으라고 인천 중구청에 통보했다. 인천시는 2019년 감사에서 통행료를 수당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지방공무원법의 공무원 보수 지급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에 100명 넘는 중구청 공무원이 개인당 최대 440만원까지 지원금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종도로 출퇴근하는 한 공무원은 “개별적으로 얼마씩 내라고 통지가 오진 않았지만 대략 100만원 정도 금액을 반납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통행료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영종도 근무를) 신청했던 것인데 주변에서 황당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제2청사인 영종도로 출퇴근하는 직원들 대부분이 육지에서 거주한다”며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발령을 받아 오게 됐는데 통행료 지원금을 반납하라는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싼 통행료가 영종도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요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가 부담돼 멀쩡한 도로가 있음에도 (일반 택배비보다 비싼) 도서지역 택배 배송비를 받는 경우가 있고 기업들이 영종도에 들어오는데도 부담을 느낀다”며 “영종국제도시를 더 활성화하고 관광객들도 편히 찾으려면 통행료를 일반 도로 수준으로 낮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8월 ‘민자고속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수립했다. 2022년까지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한편 영종도 주민들로 구성된 영종국제도시 무료통행시민추진단은 오는 3월1일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요금소에서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까지 차량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22일 오후12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요금소. 소형차 통행료로 6600원이 적혀있다./사진=박상곤 기자
22일 오후12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요금소. 소형차 통행료로 6600원이 적혀있다./사진=박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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