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쟁점 정리해놓고도…대책 없이 발표한 교육부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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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7 오후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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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쟁점 정리해놓고도…대책 없이 발표한 교육부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윤석열식 유보통합 전면 철회 촉구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유보통합과 관련한 반발이 빗발치는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해 8월 ‘유보통합(유아 교육·보육 통합)’ 관련 쟁점 사항들을 이미 정리해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쟁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국회 교육위원회 보좌진 대상 업무 설명자료에서 ‘유아교육·보육 통합 현황 및 주요 쟁점사항’을 정리했다.

교육부가 정리한 주요 쟁점사항은 △교사자격 △대상연령 △관리부처·지방조직·재원 △시설 기준 등 4가지다.

먼저 교육부는 교사자격을 언급하며 보육교사 보수교육(추가교육) 시 적정한 난이도, 기간 등이 요구되지 않는다면 유치원 교사들로부터 ‘공정성’ 관련 논란이 예상된다고 정리했다.

보육교사에게만 보수교육을 요구할 시 빚어질 갈등도 우려했다. 보육교사 측에서 그간 유아를 가르쳐 온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반발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유보통합 시 대상 연령에 대한 쟁점도 정리했다. 현재 유치원은 만 3~5세 유아교육을, 어린이집은 0~5세 영유아 보육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연령별로 이원화할 경우 어린이집 모집 대상이 대폭 줄어 보육계 반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치원 교사가 영아 보육을 담당할 경우 교사로서의 정체성 훼손, 보육은 교육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우려된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관리부처·지방조직·재원 면에서는 과거 ‘보육대란’을 언급했다. 문건에는 “지도·감독 권한과 재원 부담 주체가 일치하지 않으면 과거 보육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관할부처-지방조직-재원부담 체계가 일원화 되는 방향으로 재원 분담 재구조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있다.

보육대란, 이른바 ‘누리과정 사태’는 2016년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놓고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사이에 벌어졌던 갈등을 말한다.

업무설명 문건에서는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 시설 인가 기준에서의 차이를 언급하며 유치원의 사립학교 설립기준을 완화할 경우 학교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보좌진에게 제공된 교육부 업무설명자료 가운데 유보통합 쟁점 관련 내용.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쟁점사항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 1월30일 추진방안 발표 당시 방향성을 제시한 내용은 ‘0~5세 대상’, ‘교육부로 통합’ 정도다.

이외에 유보통합의 핵심 쟁점인 교사 자격, 재원 부담 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2025년 유보통합 본격 시행 등 큰 로드맵만 제시되자 교육계에서는 ‘밑그림이 없다’는 식의 우려와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최근 ‘윤석열식 유보통합’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사, 부모, 유아 등 교육 주체의 의견 수렴이나 소통 없이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셈법만 고려한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성 없는 유보통합 추진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 청원에도 5만명이 동의해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

재원 부담에 대해서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2곳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식의 의견을 냈다. 부분 동의 의견을 표한 교육청들도 안정적인 교육청 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16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서 제기된 여론 수렴, 현실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에 “유보통합은 큰 로드맵만 나와 있고 구체적인 재정, 교원자격까지 하나하나 채워나가야 한다”며 “여러 가능성은 다 열려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정책 추진 순서가 뒤바뀌면서 이 같은 혼란이 초래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정책 추진 과정이었다면 쟁점·의제, 사회적 합의 절차를 위한 시기 설정, 논의 과정 등을 거쳐서 쟁점을 일정 부분 해소한 뒤 발표했어야 한다”며 “지금은 마치 다 된 것처럼 발표하고 논란이 생기니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식의 입장을 내놓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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