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나 갈아라”..문전박대 당하다 130억 투자자가 나타난 이유

뷰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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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1 오후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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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나 갈아라”..문전박대 당하다 130억 투자자가 나타난 이유

  •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고성장을 꿈꾸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향후 10년은 한국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싶던 모든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현직자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2030년부터 1296만 명에 이른다. 장기 요양 수요자도 2008년부터 꾸준히 증가 중이다. 그에 따라 요양 병원과 간병인의 수요도 덩달아 커져만 갔다. 그러나 수요와는 다르게 서비스 퀄리티 자체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환자의 상황과 간병인의 서비스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하는지라 물건처럼 가격을 정해놓을 순 없었다. 이런 시장 구조에 모바일 간병인 중개 플랫폼 ‘케어네이션’을 내놓으며 호응을 끌어낸 사람이 있다.

바로 창업자 김견원 대표다. 김 대표는 20년간 변화와 혁신이 없는 시장에 대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요양병원 검색 포털 서비스를 만들어 첫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고, 투자사로부터 문전 박대 당하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공급자 중심의 비대칭 시장에 혁신이 필요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시간에는 간병사와 환자들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아준 HMC네트웍스의 창업자 김견원 대표와, 서대건 대표를 만나 회사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견원, 서대건 HMC 네트웍스 각자대표

◇ 현장에서 발견한 가능성

케어네이션을 선보인 HMC네트웍스의 김견원 대표는 2013년 의료 청구 서비스로 시작해 전반적인 의료 지원 사업을 이어가다. 지난해 7월 간병인 중개 서비스 플랫폼 ‘케어네이션’을 만들었다. 해당 서비스는 대기업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으며, 코로나19 사태에도 출시 6개월 만에 130억 단위의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김 대표의 현장 경험이었다. 부모님이 의료 법인과 요양원을 운영한 덕에 현장의 일선에서 기저귀 가는 일부터 시작해 전반적인 업무를 경험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마주한 어려움을 직접 해소하길 원해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시설 관리사 자격증을 비롯한 7개의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엔 어려움에 처한 중소 영세 병원을 찾아다니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프로세스 구축에 힘을 썼다.

경영난에 처한 병원을 다닌 이유가 있을까요?

김견원 대표 (이하 김) : “병원은 각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집단이라, 업무 분담이 명확합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일을 경험해오며 업무 분담이 명확한 것을 선호하지 않았어요.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아야, 효율성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 여러 경험을 통해 빠른 성장을 하고 싶어 일부러 상황이 어려운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회생 절차 들어간 병원을 살리기도 했고, 연대 보증도 서 보고, 많은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HMC네트웍스를 설립해 지원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의료용품, 식자재를 운영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간병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직접 간병 회사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IT 플랫폼과는 사뭇 결이 달라 보인다는 질문에 김 대표는 “비개발자 출신이니까 플랫폼에 대한 고민보다는 간병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먼저였습니다. 해당 산업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야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답했다. 서대건 대표(이하 서)는 “현장 경험 없이 공급자의 역할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라며 설명했다.

창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 :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었고, 혼자서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을 때 시도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었죠.”

서 : “덧붙여, 병원 운영을 5년 이상 경험하며, 환자들을 마주하는 간병인분들이 적절치 못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고, 음지에 있는 간병 문화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실제로 간병인분들의 수급에 관여했어요. 실질적으로 간병인을 공급하는 역할은 해보지 못해서 간병 회사부터 인수해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인수한 오프라인 공급 업체를 운영하며, 여러 문제점을 느낀 창업자 김 대표는 4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간병인 중개 플랫폼 ‘케어네이션’을 기획하게 된다.

어떤 문제점에 주목하셨나요?

김 : “현재 간병 분야는 통계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낙후돼 있고,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것도 문제라 생각했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케어 받아야 할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데, 국내 간병인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간병인과 환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서 :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간병일에 집중했습니다. 간병인분은 정찰제로 거래되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10만 원이라고 해서 계약해서 직접 만나 서비스를 받는 형식인데요. 이때 몇몇 간병인분이 환자 상태를 보고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분했습니다. 이런 논리가 형성되면서 폐해가 많았고, 해당 부분을 플랫폼화하며 해소할 수 있다 생각했었죠. 애초에 플랫폼 내에서 환자와 간병인의 매칭을 도와주고, 환자의 상세한 정보를 간병인이 볼 수 있다면, 합의를 끌어내기 쉽다 판단했습니다.”

◇ 국내 간병 시장, 통계조차 낼 수 없어

지금 국내 간병 시장은 통계를 낼 수 없는 환경이다. 점조직으로 오프라인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는 회사들의 특성상, 전국에 있는 오프라인 간병 회사들의 합계 통산 자료조차 없을 정도다. 각 회사에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인력의 80%는 조선족으로 추정만 될 뿐이다. 아직은 시장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활동 인력에 대해서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템 검증을 위해 투자 라운드를 돌며 사용되는 시장 조사 데이터로도 제시하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어디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에, HMC네트웍스 내에 쌓인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지난 3월부터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 간병 동향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기 시작하며,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제작된 리포트는 시장의 성숙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월 초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실 간병을 하고 있는 회사가 전국에 몇 개냐고 물어보면 답을 할 수 없습니다. 시장규모가 어떻게 되냐고 해도 말을 못 하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성실해 보일 수도 있지만, 데이터 자체가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희가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준을 세워가는 중입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플랫폼 사업은 별개라 느껴지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 :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변화와 혁신이 없었던 시장이었습니다. 처음엔 VC에게 문전 박대는 기본이었고, 미팅을 가져주지도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뿌리 깊게 박혀있어,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기저귀 갈아주는 비즈니스’ 정도로만 보는 인식이 다분했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필드 경험이 필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경험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돌아가는 길로 볼 때가 많아요. 저는 이 방법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만 하더라도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을 결정했거든요. 문제를 해결하는 순서에는 창업자의 오프라인 경험이 필수에요. 퍼즐도 가장자리에서 맞춰나가야 합니다. 이게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안정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인 셈입니다.”

시장 반응은 어땠나요?

서 : “2020년 7월에 출시해 현재 2만여 명의 간병인이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장 초기 단계라 아직도 여전히 공급자인 간병인분들이 실 수요자의 50%에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꾸준히 성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국내 내수 시장에 분포된 간병인 인력의 80%가 조선족이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어요.

현재 플랫폼에 있는 간병인의 97%가 내국인으로 구성돼 있어, 많은 국내 환자분이 찾아주고 있습니다. 금액적인 부분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어, 수요자들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 큰 요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엔 후발주자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케어네이션만의 강점이 있다면요?

서 :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정 간병비를 산출하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적용되는 정찰제를 벗어나, 간병인이 제안하고 환자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입찰제를 도입한 부분이 가장 큰 특징과 차별점입니다. 또한, 활동할수록 간병인에 대한 후기와 평점이 쌓이며 보호자들은 평점이 높은 간병사를 찾게되고 선순환 구조로 흐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간병사는 자신에게 적합한 업무를 선택하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급여를 정산 받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희 플랫폼을 통해서 활동하게 된다면, 하루 만에 정산을 해줄 수 있어 많은 분들이 활동해 주고 있어요.”

비용 부담이 많았던 보호자에게 분할 결제 또한 적용할 수 있게 되어 마음 편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간병인들이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만큼, 보험 처리도 까다로웠지만, 서비스 내에 녹여내 많은 호응을 끌어냈다.

최근 들어 사업적으로도 뜨거운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서 :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특정 사내벤처가 서비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론칭했습니다. 간병 플랫폼부터,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타 플랫폼에서는 저희와 비슷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만의 노하우가 담긴 그런 기술들이 대기업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힘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 “사업을 하다 보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요. 이번에 대기업과의 일도 있고, 앞으로도 법률적인 문제가 나오기도 할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대기업에게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에 유연한 변화가 찾아오긴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서 : “작년 삼성화재와 대면하며 MOU 기사가 나갈 때까지 6개월 이상이 걸렸어요. 삼성 측에서 간병 보험 쪽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싶어 했습니다. 시장에 있는 모든 사업자를 6개월 동안 검증하고 마지막에 저희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니어 헬스케어 방향으로 간병을 폭넓게 출시해 저희 플랫폼에 탑재할 예정입니다. 시작은 간병인 배상 책임을 모바일화하는 방향으로 잡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희 자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마 간병 플랫폼이라는 말 자체도 내년 1분기까지만 사용하게 될 듯합니다. 2분기에 들어서면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창업을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 후배 창업자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 : ”창업을 위해서는 도덕성과 지식, 그리고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이 모든 게 있다고 해도 운이 7할을 차지해요.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압박과 부담감이 보통이 아니에요. 여러 가지 제재나 책임이 생길 경우에는 제가 져야 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다른 직원의 경우에는 커리어에 문제가 생겨요. 이런 부분은 자신감이 많다고 해도 헤쳐나가기 어렵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사업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스타트업은 성공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철저한 계획 설립만이 헤쳐나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서 : “최근 언론이나 매스컴에서 다뤄지는 창업에 대한 장밋빛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몸담은 사람이 온라인 비즈니스도 잘 헤쳐나갈 수 있어요. 정부에서 우후죽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으로 10번 창업해서 2번 성공해도 엄청난 성과에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회사는 극히 일부고,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스타트업’도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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