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비리…진짜 환자 부모들은 “남의 아픔 이용했다” 눈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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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오전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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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병역비리…진짜 환자 부모들은 “남의 아픔 이용했다” 눈물

허위 뇌전증 진단을 알선하고 1억 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병역 브로커 김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
허위 뇌전증 진단을 알선하고 1억 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병역 브로커 김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

병역 브로커 구모씨와 김모씨는 의뢰자들이 ‘가짜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알선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받았다. 병역비리 사건이었다. 병무청과 서울 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지난달 21일 구속 기소를, 지난 5일 김씨의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김씨가 기자들 질문에 답한 건 “죄송합니다” 뿐이었다.

왜 ‘뇌전증’을 병역비리에 이용했을까.

병무청 법무관을 지냈던 윤병관 변호사는 9일 YTN 뉴스 FM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이유를 설명했다.

뇌전증은 흔히 알고 있던 간질이란 질환인데,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해 용어가 변경됐다. 뇌 신경 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의식을 잃거나 발작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뇌신경질환이다.

윤 변호사는 “그러나 뇌전증 같은 신경계 질환은, 심각성이나 거짓 여부를 MRI 검사나 뇌파 검사로 판단하기 상당히 어렵다”“실제 뇌전증 환자 절반 정도가 MRI 판독 결과 이상 소견이 없다고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전문의도 환자의 임상적 증상이나 양상을 보고 뇌전증을 진단하는데, 이를 악용했단 설명이다. 몇 개월에서 1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허위 처방과 119 신고 이력증을 만들어서 병역 면탈 행위를 시도했단 거였다.

실제 뇌전증 환자나 환아 부모들은 병역비리에 악용했단 소식에 분노하거나 속상해했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선 “부모들이나 본인들은 하루하루, 오늘은 잘 버티나 오직 그 생각 뿐인데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도 “5살인 아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군대 못 갈까 걱정인데 남의 아픔을 저런 식으로 이용하느냐”, “쓰레기들이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환자들의 이 같은 우려가 있기에, 전문가들은 뇌전증에 대한 군복무 면제 기준을 강화해선 안 된다고 목소릴 낸다. 뇌전증 환자가 군 복무를 할 경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대신 병역 기피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 뇌전증을 앓는 아들이 있단 모친은 “병역 판정 검사 우편물을 받았는데, 군대에 간다면 걱정스럽다. 엄마 혼자서 고민이 많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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