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조합·시공사의 곡소리… 정비사업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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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오전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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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조합·시공사의 곡소리… 정비사업 ‘동상이몽’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강지호 기자최근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사업지 곳곳에서 들려오는 조합과 시공사의 곡소리는 ‘동상이몽'(같이 자면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에 가깝다.

성공적인 정비사업 추진을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더 이상의 분담금은 허용할 수 없다는 조합과 자재가격 폭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이 추가 반영돼야 한다는 시공사의 갈등이 첨예해서다.

사업성이 높은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조차도 시공사 선정이 거듭 유찰되자 조합은 “길들이기”라는 볼멘소리까지 내지만 시공사는 “선별수주”를 내세워 요지부동이다.

‘쩐의 전쟁’… 갈등은 현재진행형

최근의 정비사업 시장은 과열 수주경쟁이 난무하던 불과 몇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동안 시공사는 부동산 불패를 자랑하는 서울 강남 정비사업에서 조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구애를 펼쳐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까지 받았지만 수년째 이어진 부동산경기 침체와 원자재가격 인상 등의 여파는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대내·외 악재로 수익성을 장담하기가 어려워진 시공사는 강남 정비사업에서조차 적극적인 수주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의 시공사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선별수주’를 내세우며 정비사업 수주과정에서 조합 지위보다 확실한 우위를 선점하고자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는 시공사가 조합의 요구 조건을 대체로 수용하는 구도였지만 최근에는 공사 수익이 크게 줄어 셈법이 복잡해진 만큼 대형 사업도 선뜻 수주에 나서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 수주전을 관망하고 있는 시공사와 달리 조합은 발을 동동 구르며 한숨짓고 있다.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만 내면 너도나도 달려들던 시절은 온데간데없고 유찰에 유찰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조합은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공사비를 책정하며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강조하지만 시공사는 고개를 젓는다. 고금리와 폭등한 자재가격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최근 시공사들이 서울 강남 일대 정비사업 수주전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의 조합 길들이기”라고 규정하며 불만을 토로한다.

공사비를 올리지 않으면 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시공사들의 일관된 주장이지만 공사비를 올리면 조합원 추가 분담금 폭탄과 일반분양가 폭등을 피할 수 없어 조합에서도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다.

강남권의 한 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해도 시공사가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 수용할 수 없다”며 “수의계약까지 끌고 가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담합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줄어든 주택 수주… 문 닫는 건설업체도 증가

“기업의 기본 경영 방침은 이윤 추구인데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일부러 수주를 외면할 리가 있나요. 아무리 강남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최근 한 대형 건설업체 임원은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에 대한 조합의 ‘담합·길들이기’ 의혹이 제기되자 터무니없는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과거보다 정비사업 참여가 소극적인 이유는 경기 불황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의 선별수주일 뿐 다른 의도는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과거보다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될 순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공사현장 곳곳에서 드러난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등을 보더라도 건설업체가 떠안아야할 금융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건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건설업체의 소극적인 수주 행보는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대한건설협회의 국내건설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국내 건설업체의 주택건축(신규 주택사업, 정비사업 포함) 수주금액은 총 10조9592억원으로 전년(11조7421억원)보다 6.7% 떨어졌고 지난해 4분기(21조2953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48.5%)이다.

분기 기준 주택 수주금액이 11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2014년 2분기(10조4016억원) 이후 10년 만이며 1분기 기준으로도 10년 만에 최저 수치다.

하반기에도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사진=강지호 기자항목별로 살펴보면 재개발 수주금액(공공+민간)은 전년(4조2255억원)보다 37.7% 줄어든 2조6309억원으로 집계됐고 재건축은 2조3116억원에서 1.8% 소폭 늘어난 2조3575억원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토목은 19조2103억원에서 29% 감소한 13조6331억원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공사비 상승 등의 여파로 민간부문 주택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수주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건설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라 폐업·부도 건설업체는 늘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건설업체는 전국 240곳이다. 전월까지 누적된 187건 대비 53건 늘었으며 2011년 1~5월(26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문건설업체를 포함하면 수치는 더 늘어난다. 지난달 말 기준 폐업 공고를 낸 전문건설업체는 총 1301곳이다. 이 수치를 더하면 올해 전체 건설업체에서 나온 폐업신고 공고는 1541건이다. 먹구름이 드리운 건설경기 불황은 하반기에도 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올해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하반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건설기업은 유동성 및 재무안정성 관리, 기술 투자를 통한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하반기에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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