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왜 타임오프제 폐지를 요구하나 [박영국의 디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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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오전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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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왜 타임오프제 폐지를 요구하나 [박영국의 디스]

타임오프제 폐지시 노조 전임자 무한대로 확대 가능

기업이 노조 전임자 고액 임금 지급 강요당할 우려

노조 상급단체, 대규모 노조 전임자 동원해 정치집회 나설 수도

전국금속노동조합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만 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만 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간부들을 비롯, 산하 지부, 지회 간부들이 함께 모인 집회였다.

집회에서 내건 요구사항은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한도)제도 철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노조 회계공시제도 중단 등이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고, 노조 회계공시제도는 도입 전부터 노동계가 반대해 온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 중 하나로, 노조가 집회를 한다면 반드시 끼워 넣을 요구사항으로 꼽힐 만 하다. 다만 타임오프제 철폐를 가장 앞에 내세운 것은 다소 의외다.

타임오프제는 지난 2010년 노조법 개정에 따라 노동조합의 독립성과 자주성 강화 차원에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회사의 과도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쉽게 말해 사측이 노조 간부들에게 거액의 임금을 지급하며 그들을 쥐락펴락 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타임오프제는 사업장마다 조합원 수에 따라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조합원 99명 이하면 연 최대 2000시간 이내, 조합원 1만5000명 이상이면 최대 3만6000시간 이내의 근로시간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총 10개 구간으로 나뉜다.

근로시간 면제는 여러 조합원이 나눠서 사용하는 게 아닌, 노조 전임자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즉, 노조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노조 전임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일하지 않고 임금만 받으며 사측에 맞서는 인원의 고용을 유지하는 걸 왜 법으로 정해놓느냐고 불만을 가질 사업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전문적으로 노조 활동을 하는 인원을 보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타임오프제 폐지, 즉 노조 전임자의 한도를 없애버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파업 등 노조의 쟁의행위에 맞설 사측의 대응책이 보장되지 않는 현 제도상, 노조는 사측을 압박해 노조 전임자를 과도하게 늘릴 여지가 생긴다. 원활한 교섭을 빌미로 사측이 노조 간부들에게 막대한 임금 지급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의 힘도 막강해진다. 현행 노조법상 근로시간면제 활동은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및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에 한정하고 있는데, 이 제한을 없앨 경우 노조 전임자들이 회사에서 임금을 받으며 정치 활동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 평일인 12일 열린 결의대회 참석자들 대다수는 간부, 즉 노조 전임자들이었다. 그들이 외친 구호에는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는 정치적 요구도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를 두고 “근로시간면제 활동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정치 집회”라고 비난했다.

그들의 요구대로 타임오프제가 철폐될 경우 금속노조는 노조 전임자들만으로도 막대한 인원을 동원해 정치 집회를 벌일 수 있다. ‘1만 간부 결의대회’가 ‘10만 간부 결의대회’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노조 할 권리’를 주장하며 타임오프제 철폐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게 진정으로 ‘노조 할 권리’를 위한 것인지, ‘노조 간부들의 배를 불리고 권력을 강화할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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