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원전 늘린다는데… 목표 달성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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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오전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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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원전 늘린다는데… 목표 달성 ‘산 넘어 산’

최근 공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핵심은 원자력 발전 확대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에 더해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추가로 배치해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주민수용성 문제와 사용후 핵연료 처리 시설 확보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38년까지 원전 최대 4기 더 짓는다

최근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공개한 제11차 전기본(2024~2038년)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까지 한국의 최대 전력수요는 129.3GW(기가와트)로 전망된다. 적정예비율(22%)을 고려할 때 이 기간 필요한 전력설비는 157.8GW이며 현재까지 추진 중이거나 설치된 확정설비는 147.2GW이다. 추가로 10.6GW 규모의 발전설비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10.6GW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1GW를 원전을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대형원전 3기를 추가로 건설해 4.4GW를 확보하고 나머지 0.7GW는 SMR을 처음으로 도입해 충당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6기이며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원전은 4기이다. 여기에 11차 전기본을 통한 4기의 원전 건설을 더하면 2038년까지 국내 원전 수는 총 34기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 건설에는 13년11개월이 소요된다. 구체적으로 부지확보 2년, 건설준비 3년6개월, 부지정지 1년, 굴착에서 준공까지 7년7개월 등이다. 업계에선 최근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는 부지매입부터 준공까지 각각 24년·25년, 신한울 3·4호기는 각각 30년·31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점을 근거로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고 지적한다.

주민수용성도 문제이다. 대형원전을 지으려면 부지 위치 선정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전기본 총괄위에 참여 중인 전우영 전남대 교수는 “원전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등 불확실성이 크다”며 “만약 입지 선정이 지연돼 착공이 늦어진다면 온실가스 감축 달성을 위해 원전 물량을 다른 무탄소 전원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SMR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번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5년부터 투입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6년간 3992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SMR인 ‘i-SMR’의 기술을 개발해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하고 2035년 모듈건설을 완료, 가동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하지만 여러 인허가 절차 등으로 개발 일정이 지연될 경우 계획에 맞추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예정대로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SMR 역시 부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수용성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도 시급

원전을 확대하려면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식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핵분열 생성물로 인한 높은 방사능 때문에 방사선을 막아주는 차폐구조물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발전소 내 냉각재로 채운 임시저장시설에 저장해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임박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빛 원전 내 저장시설은 78.7% 포화 됐으며 2030년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한울 원전의 포화율은 77.8%로 2031년이면 포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저장시설이 가득차게 되면 원전 외부의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로 옮겨야 한다.

영구처분시설 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한국은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안전성을 우려한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 여야의 의견 대립 등으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이 발의됐으나 여야의 정쟁에 밀려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결국 자동폐기됐다.

영구처분시설 건설에는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영구저장시설은 부지 선정 절차부터 시설 확보까지 37년이 소요된다. 초반 13년은 조사 계획 수립과 부지 확정에 필요한 시간이고 나머지 24년은 시설 건설과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근거법안을 마련해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없어 결국은 원전을 멈춰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법을 통해 임시저장시설을 늘릴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이 또한 안전성 문제 등으로 주민수용성에 발목 잡힐 공산이 크다.

원전 확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야당에서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원전 확대에 반대하는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 또한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이들 단체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1차 전기본 실무안은)핵발전소 신규건설, 설계 허가도 나지 않은 SMR,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등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긴 채 핵산업계와 정부가 하나된 모습”이라며 재수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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