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벚꽃동산’, 돌아온 전도연…블랙코미디 특유의 말맛

조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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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오후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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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벚꽃동산’, 돌아온 전도연…블랙코미디 특유의 말맛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구세대와 신세대의 충돌을 그린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27년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배우 전도연이 연극 ‘벚꽃동산’의 의미를 전달했다.

한편의 K드라마를 본 듯하다.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재창작한 연극 ‘벚꽃동산’의 주요 무대는 몰락 직전의 재벌가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지만 가장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연극 ‘벚꽃동산’ [사진=LG아트센터]
연극 ‘벚꽃동산’ [사진=LG아트센터]

‘벚꽃동산’은 미국으로 떠난 송도영(전도연 분)이 돌아오며 시작된다. 극 중의 재벌들은 무능하고, 현실감각도 떨어진다. 변화하는 세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장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구세대를 상징하는 존재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젖은 송도영은 돈 얘기라면 진저리를 친다. ‘세월을 빗겨간’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술과 남자를 도피처 삼아 현실에서 도망치는 인물이다. 부모로 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도영의 오빠 송재영(손상규 분)은 무능 그 자체다. 하지만 누군가 이를 지적하면 발작하는 캐릭터다. 예술을 사랑하는 그는 기업의 몰락 후 최저시급조차 보장되지 않는 LP바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몽상가다.

구세대를 바꾸려 시도하는 이는 자수성가한 기업가 황두식(박해수 분)이다. 황두식은 몰락해가는 기업과 저택을 보존할 방법을 제안하지만 마이동풍일 뿐이다. 결국 재벌가는 몰락하고 아름다운 벚꽃동산이 있는 저택은 재개발로 산산조각 난다.

2시간30분 동안 쉼없는 말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전도연과 박해수를 비롯해 10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티키타카는 흥미롭고, 개성 가득한 캐릭터 플레이는 몰입의 재미를 선사한다. 외국인 연출과 한국인 배우들이 완성한 가장 한국적인 대사는 관객들의 웃음 버튼을 제대로 저격한다.

연극의 또 다른 주인공은 벚꽃동산의 대 저택이다. 건축 디자이너 사울 킴이 디자인하고, 무대/의상 디자이너 멜 페이지, 조명 디자이너 제임스 판콤 등이 함께 작업해 완성했다. 투명한 유리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삼각모양의 저택은 안과 밖, 위와 아래가 명확히 구분되는 세트다. 완벽한 방음구조로 배우들이 연기할 땐 관객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이 저택은 사실적인 공간인 동시에 기하학적인 구조다. 저택의 내외부를 감싸는 빛은 다채롭게 변화하면서 작품의 시간과 무드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벚꽃동산’은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 1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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