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3년 살리는 약? 말도 못 꺼내” 사정 들어보니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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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오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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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 3년 살리는 약? 말도 못 꺼내” 사정 들어보니

“말기암 환자 3년 살리는 약? 말도 못 꺼내” 사정 들어보니
이상협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담도암 치료제의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수술도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들은 평균 7개월 정도 살아요. 이런 환자들을 3년간 추적한 임상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면 3년 넘게 살 수도 있다는 의미죠. ”

이상협(사진)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너무나 반가운 일이지만 이런 약이 있다는 얘기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가 말한 약은 항PD-L1 인간 단일클론 항체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다.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PD-L1 단백질은 암세포가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T 세포의 PD-1과 결합해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고 종양의 재성장을 촉진한다. 임핀지는 상향조절된 PD-L1에 결합해 PD-1 및 CD80과의 상호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면역관문억제제다. 흔히 면역항암제라고 불린다.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이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의 1차 치료로 쓰인 지 12년만에 임핀지 병용요법이 이를 뛰어넘는 치료 효과를 입증한 건 종양의 면역회피를 저해하는 차별적인 작용 기전 덕분이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임핀지 병용요법을 시행한 환자의 약 15%가 치료 시작 3년 시점에 생존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약(가짜약)과 비교하면 사망 위험이 26% 가량 낮아졌다. 문제는 아직 담도암의 바이오마커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을 써보기 전에는 어떤 환자가 반응할지 전혀 예측이 안된다. 운이 좋으면 3년 넘게 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임핀지 뿐만 아니라 유사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면역항암제 고유의 특성이다. 이른바 ‘롱테일 효과(long tail)’가 나타난다. 암환자 중 일부가 항암제 투약 후 악화되지 않은 채 완치에 가깝게 장기 생존하는 곡선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는 최모 환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더욱 안타까운 건 마음을 졸이며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다가 효과가 좋다고 해서 마냥 반길 수도 없다. 총 8사이클로 구성된 임핀지 병용요법을 마치려면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최근 비급여 약값이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약값만 7000만 원이 넘는다. 임상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 교수는 “담도암은 아시아에서 유독 발병률이 높다. 10여 년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담도암 치료 환경에 변화가 생겼는 데도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어 안타깝다”며 “지원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거나 투여 횟수를 제한하는 등 전에 없던 방식을 차용해서라도 말기암 환자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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