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리밸런싱 영향 미쳤나…리벨리온·사피온 합병 배경은?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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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오후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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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리밸런싱 영향 미쳤나…리벨리온·사피온 합병 배경은?

사진강일용 기자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사진=강일용 기자]

반도체 업계에선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기업공개(IPO)를, 사피온은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앞두고 양사 합병이 전격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SK그룹이 각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리밸런싱(사업검토) 작업이 이번 합병의 배경 가운데 하나가 된 것으로 본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리벨리온이 추진하는 IPO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지난 10일 마감한 리벨리온 상장 주관사 입찰 제안서 접수에는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제안서를 냈다.

원래 이번 IPO로 리벨리온은 최대 2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사피온과 합병함으로써 AI칩 개발 인력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합병법인은 최대 3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리벨리온은 재무적 투자자(FI) 설득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전망이다.

합병 비율은 미정이다. 시리즈A·B 투자로 인정받은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기업가치 비율이 2대1 수준인 만큼 지분가치법에 따라 기존 투자자들에 대한 지분 비율도 정리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를 포함한 리벨리온 경영진 우호 지분이 합병법인 1대주주가 되고 사피온 1대주주였던 SK텔레콤(SKT)이 2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리벨리온 주요 투자자였던 KT도 양사 합병에 동의하며 주요 주주로 합류한다.

합병법인은 SKT·KT 등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도이치텔레콤 등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별도로 공략한 해외 이통사도 AI칩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대 AI 서버 업체인 미국 ‘슈퍼마이크로’ 판매망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양사 간 인적·물적 합병 후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할 작업은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별도로 진행해온 AI칩 사업을 통합하는 것이다. 리벨리온은 현재 삼성전자와 함께 차세대 AI칩 ‘리벨’을 설계하고 있고, 사피온은 SK하이닉스·TSMC와 협력해 ‘X430’ 개발에 착수했다. 데이터센터용 AI칩에만 집중하는 리벨리온과 달리 사피온은 차량용 AI칩 시장 공략도 진행 중이다. 이에 일각에선 당분간 합병법인이 AI칩용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 수급과 파운드리(위탁생산) 확보를 위해 ‘1경영진 2연구개발’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양사 사업 통합 방향성은 올 3분기 구체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양사 고위 관계자는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헤드쿼터)를 두고 AI칩 사업을 글로벌로 전개할 것”이라며 “양사가 별도로 실리콘밸리에 마련한 사무실을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그동안 ‘AI 피라미드’ 전략을 내세우며 AI칩 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SKT가 사피온을 리벨리온에 합병시키며 관련 경영에서 한발 물러서는 결정을 내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SK그룹이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그룹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SKT 핵심 사업인 통신과 거리가 있는 AI칩 사업을 정리하려는 행보로 본다. 신형 AI칩 연구개발과 양산을 위해 사피온에 지속해서 투자 유치가 필요한 점도 SK그룹과 SKT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T는 “양사 합병 이후로도 전략적 투자자(SI)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칩 시장 진출과 대한민국 AI칩 경쟁력 향상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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