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한국부자] “바람 분다고 자리뜨지 않는다”

데일리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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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오후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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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한국부자] “바람 분다고 자리뜨지 않는다”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1 이런저런 이유로 국민 드라마가 된 ‘나의 아저씨’에서 극빈층 도시빈민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준 가수 겸 배우 아이유. 그녀의 실제 모습은 서울 요지에 부동산을 여러 채 보유한 ‘대한민국 부자’다. 청담동 고급 빌라를 분양받고 130억원을 현금으로 지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 농구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서장훈 역시 부동산 부자다. 2000년에 서초동 꼬마빌딩을 28억원에 경매로 샀는데 현재 4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16배 오른 것이다. 그는 150억원대 동작구 빌딩과 140억 마포구 빌딩도 갖고 있어 부동산만 700억원이 넘는 대한민국 부자다. 흥미로운 건 부동산 매매 타이밍. 서초동 꼬마빌딩을 구입한 2000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추락하던 시점이다. 지금 보면 현명한 선택이지만 당시는 리스크가 큰 무보한 베팅으로 보였을 것이다.

부자의 재산목록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수익형 부동산이다. 주거 목적의 집 한 채 외에 또박또박 임대수익이 나오는 상가와 오피스텔, 빌딩 등이 ‘수익형 부동산’이다.

아이유나 서장훈처럼 수익형 부동산을 갖고 있어야 비로소 ‘부동산 부자’라 할 수 있다. 몇 십억이 넘는 강남의 똘똘한 집 한 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 부자는 아닌 것이다.

그럼 부동산 부자들은 어떤 노하우를 가졌기에 부동산으로 부를 키운 것일까?

◇ 바람이 불어와도 쉽게 자리를 뜨지 않는다?

올들어 부동산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특히 심해졌다. 언론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를 우려하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4월 위기설’을 언급했다가 4월이 큰 일없이 지나면 다시 ‘5월 위기설’이 나오는 식이다.

지난해 4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웰스리포트’에는 10억원 이상 금융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의 경기 전망이 나와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부자가 84%에 달했다. 부동산 경기가 매우 안 좋아질 것이란 응답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정작 “부동산을 팔겠다”는 부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망은 부정적이지만 자산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경기가 안 좋아져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되면 갖고 있는 부동산을 내다 팔아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응답자의 19%는 부동산 비중을 유지한 채 상가를 주택으로 바꾸는 등 구성 내용을 바꾸겠다고 답했는데 가격이 낮아질 때 수익성 부동산을 팔아 자녀에게 증여할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로 분석된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 부동산 규제와 금리 등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

그럼 부동산 부자들은 어떤 신호에 의해 매매에 나서는 것일까?

통상 경기전망보다는 정책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격언 가운데 ‘정부와 싸우지 마라’는 격언이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크게 규제와 부양 둘로 나뉘는데 부동산 부자들은 정확하게 이 패턴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부와 싸우지 마라’는 격언을 지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2008~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자들은 부동산 비중을 51%에서 44%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정책이 완화되자 부동산 비중을 늘렸다.

특히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재건축 연한 단축 등의 재건축 정책이 부동산 투자를 촉진시켰고, 2014년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금융자산 30억~50억원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회복 정책을 내놓자 부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 부자들은 금융정책과 금리변화에도 민감한 편이다. 일종의 정책 변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2024 KB부동산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공인중개사·PB들은 침체된 주택 경기 회복 및 시장 활성화에 필요한 핵심 정책으로 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 지원, LTV(담보인정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규제완화를 꼽았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고금리 기조에 접어들자 관심을 부동산보다는 예금과 채권으로 돌리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강민석 팀장은 “부동산은 지난 2017년 조사 이래 부자들이 선호하는 투자 자산 부동의 1위였다”며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선호도가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부자들 이거 한다는데…

부동산 가격이 하염없이 떨어질 때 부자들은 마냥 손 놓고 가격이 오르기만 기다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 부자들이 하는 행동이 있는데 바로 증여다.

경기전망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대신 기회로 활용하는 부자들의 행동 원칙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는 예외 없이 금융 및 세제 지원책을 발표하고 시장부양에 나서기 마련인데 부자들은 이 때를 절세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고가의 부동산은 매각 후 법인투자나 가족법인 설립 등을 통해 증여하기도 한다. 가족이 주주로 있는 법인을 설립해 자녀 지분을 높게 설정하는 것이다. 자녀들이 주요 주주가 되면 간접적으로 재산을 이전할 수 있다. 또 법인 주식은 증여 및 상속 시 개별 자산을 직접 증여하는 것보다 세금 부담이 적을 수 있다.

하나은행 PB의 고객 인터뷰에 따르면 “(부자들은) 자산가치가 떨어졌을 때 증여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갖는다”며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부자들은 매각 대신 가격이 떨어질 때 증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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