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최저전력수요 ‘심각’…전력계통망 투자 시급

에너지경제
|
2024.05.06 오후 12:54
|

[EE칼럼] 최저전력수요 ‘심각’…전력계통망 투자 시급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봄철에 전력 문제가 심각하단다. 그리고 그 이유가 전력 수요가 모자라서라고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전력의 이슈는 언제나 공급 부족이었다. 특히 냉방 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 전력수요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그리고 전기 난방으로 겨울철에도 전력 수요가 몰리면서 여름철과 겨울철에 급격하게 솟구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비상근무를 하고는 하였었다.

그러던 추세가 급격히 바뀐 것은 지난 3~4년 전부터이다. 기존에는 전혀 문제가 없던 봄철과 가을철에 전력 수요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그 최저치가 전력계통 안정화에 이슈가 발생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어서다. 2020년 봄철 전기수요는 42.8GW였으나 2021년 42.4GW, 2022년 41.4GW로 줄어들더니 작년에는 급기야 39.5GW로 40GW 아래로 낮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봄 전력 수요가 37.3GW로 작년 봄보다도 2.2GW 줄어들어 역대 최저전력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지난 3월에 차질 없는 전력수급을 위해 봄철 전력수급 특별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에너지소비 중에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22년 21.5%로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5분의 1 수준이며, 정부가 발표한 다양한 중장기 계획을 살펴볼 떄 2050년에는 전력 소비 비중이 25~35%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나타나고 있다.

그럼 최근 봄철 및 가을철에 전력 수요가 급하게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늘어났기 떄문이다. 특히 봄철은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높아져 수급 불균형이 크게 나빠진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봄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전력수요 편차가 11.1GW에 이르렀다고 한다. 출력을 조절할 수 없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낮은 전력수요와 함께 봄·가을철 계통운영 난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에 5.1GW 수준이던 국내 태양광 설비는 2019년 12.8GW에서 2023년 28.9GW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수립하여 올해 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을 작년보다 1주일 확대하여 3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총 72일간 운영하고, 선제적으로 전력계통 안정화 조치를 이행한 후 계통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출력제어를 시행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전력 소비량이 너무 많이 이를 줄이기 위하여 시행하던 각종 발전설비 정비일정 조정과 수요자원(DR) 활용 등이 반대로 태양광 전력 공급량을 줄이기 위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이번 봄에는 특히 5월 4~6일에 3일의 연휴가 이어지고 있어 전력 업계와 당국의 시선이 집중되었었다. 긴 연휴를 맞아 공장 가동이 극단적으로 감소하는 등 전력수요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는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특히 태양광 발전설비의 전력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작년에는 처음으로 연휴 기간동안 필수계통유지운전용 발전기를 제외하고는 전력생산 100%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담당하는 상황이 발생, 국내 전력시장 개설 이후 최초로 계통한계가격(SMP)이 0원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 등지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풍력의 비중이 높은 유럽의 경우는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음(negative)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연휴기간 동안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어 시급한 문제는 피했다고 한다. 전력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비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바로 우리나라의 전력 계통에 대한 투자가 크게 모자라 급변하고 있는 전력 공급원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95% 이상의 국민에게 전력을 공급하며 또한 정전이 세계 최소 수준인 매우 휼륭한 전력망을 가지고 있지만 1980~90년대에 지어진 설비들이 많아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적용이나 새로운 재생에너지원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해결하고자 이미 10여년 전에 이미 스마트 그리드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전력망의 개선과 투자를 시도하였으나 님비(NIMBY) 현상 등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계통망 투자 지연과 감소로 인한 부작용은 지금과 같은 봄, 가을철 전력 수요 급감의 문제는 물론 지방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는 등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향후 봄·가을철 공급과잉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 출력제어 서비스 시장 개설 등 계통 안정화 조치 과정에서 전력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전력계통망 투자 계획을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전력망의 스마트화를 꾀하여야 하겠다.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전기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의 개발과 투자의 장이 활발히 열리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Leave a Comment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