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코스로 제격! ‘오래 머물고 싶은’ 북촌 문화 공간 2

여행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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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오후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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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코스로 제격! ‘오래 머물고 싶은’ 북촌 문화 공간 2

한옥의 멋과 분위기가 살아 있는 북촌. 자수박물관, 매듭박물관 등 한국의 전통을 살펴볼 수 있는 곳부터 현대적 공간까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저 골목을 누비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북촌 문화 공간 2곳을 소개한다.

북촌 갤러리

갤러리 단정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가길 8-7 1층

갤러리 단정은 올해 초, 북촌의 자그마한 골목길에 새롭게 오픈한 갤러리다. 이곳에는 현재 판화가 이민의 ‘제주, 찰나보다 뜨겁게’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작가명: 이민

전시명: 제주, 찰나보다 뜨겁게

전시장소: 갤러리 단정

이민은 ‘판타블로(pan tableau)’라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는 대학에서 서양화,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판타블로 기법’을 개발했다. 판(pan)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포함한다’를, 타블로(tableau)는 프랑스어로 ‘회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판타블로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예술이자 판화와 회화를 접목한 장르다.

“판타블로는 시간을 쌓는 작업입니다”

판타블로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 때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우드락 폼보드에 스케치를 하고 판화처럼 파낸다. 그 위에 잉크를 덧바른다. 캔버스에 정확히 맞추어 찍어낸다. 보드에 뭍은 잉크를 깨끗이 지우고 다른 색을 칠한다. 다시 캔버스에 찍는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반복할수록 그가 바라본 풍경이 담긴다. 시간을 머금은 작품은 그만큼 깊어진다. 색감도 손 압력에 따라 달라진다. 오직 그의 감으로 ‘찍혀 그려지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판화 특유의 거친 질감이 돋보이면서도 손이 낳은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이 살아 있다. 마치 세월의 흔적 같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 때문 아닐까.

좌: 돔베낭골 일출(162×112)

*알아가며

이민 작가가 판타블로 기법에서 우드락 폼보드를 소재로 선택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나무부터 캔, 종이까지 온갖 도구로 연구했다. 그중 컵라면 용기와 같은 소재인 우드폼이 그가 가장원하는 표현을 가장 잘 연출했다. 하지만 우드폼에는 판화 프레스기(그림이 새겨진 나무, 금속, 돌 등의 판과 종이를 강하게 눌러 주는 기계)를 이용하지 못한다. 이는 곧 그의 손으로 모두 수작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100호 크기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허리를 숙여 일일이 캔버스에 판을 찍어내야 한다. 작가는 돔베낭골 일출(162×112)을 찍어내다 허리 디스크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제주는 추억을 이야기 합니다”

이민 작가가 많은 곳들 중에 제주를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중섭미술관 창작 스튜디오 제 12기 입주 작가로서 1년간 제주에 머물게 된다. 서귀포 항구, 제주의 골목, 바다 일출과 일몰 등 그가 만났던 장소들을 여러 작품에 담았다. 1년 동안 만든 작품이 무려 120여 점에 달한다. 이민은 “말 그대로 죽을 듯이 작품에 매진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열정적이게 만들었을까. 답은 바로 ‘제주’ 그 자체다. 연인, 가족, 친구는 물론 개인 여행지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제주. 국내 여행지들 중에서도 유달리 행복한 추억이 가득하다. 좋은 추억이 가득한 곳이기에 그림을 그리기에도 즐거웠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합니다”

그러면서 이민 작가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제주에 새로운 건축물 공사가 예정되면서 돌담, 감귤밭을 포함해 이제는 볼 수 없게 되는 풍경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림은 사진, 영상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라며 작품 의도를 말했다.

또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이 마치 제주를 작가와 동행한 것처럼 이야기 해주신다”며 “모두의 추억이 담긴 제주를 담았기에 점수를 후하게 받는 것 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제주, 찰나보다 뜨겁게”

전시회 타이틀은 왜 ‘제주, 찰나보다 뜨겁게’일까. 갤러리 단정 이영란 대표는 “판을 누르는 건 찰나지만, 뜨거운 작품이 나오기에 위와 같이 지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이민 작가 전시로 저희 갤러리 단정은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작가님이 소장하려고 아껴둔 제주도 작품, 추가 13점을 전시중이지만 이 역시 인기가 많아 언제 완판될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민 작가 작품은 20점 전시 오픈 3일 만에 18점이 판매됐다.

누군가에게 아련히 남을 거리, 골목골목을 그리는 이민 작가. 수원, 안양, 광주 양림동, 제주도까지 그의 작품에는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려는 의지가 가득하다. 산책하기 좋은 6월, 그가 바라본 제주를 보고 싶다면 갤러리 단정으로 찾아가 볼 것을 추천한다.

*참고

이민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을 거쳐 일본 다마 미술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한국 현대판화가협회 공모전 우수상, 일본 학사·석사·박사 대상 미술공모전 판화부문 우수상, 한국 중앙미술대전 입선 등을 수상했다. 또 예술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대영) 박물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작가는 전시회로 얻은 수익금 1억 원을 광주 내 미혼모들을 위해 기부한 바 있다.

한국 전통

동립매듭공방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2길 10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

어릴 적부터 한복을 갖춰 입는 것을 참 즐겼다. 다른 아이들은 불편한 한복이 싫다며 떼를 썼는데, 나는 심심할 때면 고사리 손으로 한복을 꺼내왔다고 한다. ‘빙글’ 한 바퀴 돌면 크게 부풀어 오르는 치마와 예쁘게 장식된 머리띠와 노리개가 퍽 맘에 들었다. 그러다 조금 지루해지면 만지작거렸던 매듭의 감촉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릴 적 매만지던 매듭의 감촉을 따라, 우리 전통의 것을 체험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찾게 된 곳이 ‘동립매듭공방’이다.

동립매듭공방은 노리개, 허리띠, 주머니, 선추, 유소 등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오는 각종 장식용 매듭에서부터 실, 끈, 장신구 등 매듭의 재료까지 전시하고 있다. 또 매듭교실 정규 과정과 일일 체험을 진행해 자신만의 아이템을 만들어볼 수 있다. 한편, 이곳은 서울시가 추천한 ‘오래가게 39곳’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오래가게는 ‘도시 이면에 숨어 있는 오래된 가게의 매력과 이야기를 알려 색다른 서울관광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천되었다.

동립매듭공방으로 발을 들이자 입구부터 전시된 매듭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한쪽 벽면에 자리한 태조 어진 유소(초상화 양 옆에 달아 꾸미는 매듭 장식)다. 매듭기능전승자이자인 ‘동림매듭공방’의 심영미 관장은 어진의 장식품 유소를 도맡아 제작했고 덕분에 국보승격의 의미를 더할 수 있었다. 심영미 관장은 조선 궁중에서 매듭 일을 하셨던 시왕고모와 그 기술을 전수받으신 시아버지로부터 매듭을 사사 받았다.

태진 어진 유소는 큰 행사가 아니면 내리지도 않을뿐더러, 가까이서 보기 힘든 장식품이다. 하지만 심영미 관장은 태진 어진 유소 프로젝트 당시 2세트를 제작했고, 나머지 하나를 동립매듭공방에 남겼다. 이로써 고귀한 유소의 자태를 사람들이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태조 어진의 오래된 색감과 문헌상의 제작 방식에 맞춰 까다롭게 재현한 유소를 감상하고 싶다면 동립매듭공방을 찾아가볼 것을 추천한다.

매듭체험은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한다. 맑은 날씨에 어울리는 노란색과 붉은색의 실을 골랐다. 천천히 두 실을 매듭지어 갈 때마다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한몫했다. 그렇게 완성된 잠자리 모양의 매듭. 이는 쌍으로 몰려다니는 잠자리처럼 우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전통 매듭도 꽃말처럼 각각 아름다운 의미가 있다. 동심결매듭은 영원함, 매화매듭은 순결, 나비매듭은 변화와 새로운 삶을 뜻한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북촌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동립매듭공방으로 가보자.

글= 지세희 여행+ 인턴기자

감수= 홍지연 여행+기자

사진= 지세희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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