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살인범’ 최윤종에 사형 선고될까?…국민과 법현실 ‘동상이몽’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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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오전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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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살인범’ 최윤종에 사형 선고될까?…국민과 법현실 ‘동상이몽’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등산로에서 금속 재질 너클을 착용한 채 여성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성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 최윤종(30) 이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3.8.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등산로에서 금속 재질 너클을 착용한 채 여성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성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 최윤종(30) 이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3.8.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8월17일 발생한 ‘등산로 살인사건’은 많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한낮 최윤종(30)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철제 너클을 낀 채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하고 질식사에 이르게 했다. 최씨와 피해자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여론은 재판에 넘겨진 최씨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들끓었다. 지난 13일 검찰도 “최씨는 큰 불행을 일으킨 범죄를 저질렀기에 가장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들도록 상응하는 형벌을 내려야 한다”며 재판부에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사형이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엄벌해야 할 강력 범죄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한국 법원의 양형 판단 경향을 보면 사형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과 법 현실의 괴리가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법정최고형으로서 생명박탈형인 사형제도의 지위가 모호하고, 상하급 법원마다 사형 선고가 뒤집히는 등 일정한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살인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은 법적으로 합헌이고 법원의 사형 선고도 물론 종종 나오지만, 1997년 이후 26년 넘게 집행만 중지돼 있다. 이처럼 애매한 지위에서 최고법정형인 사형이 임의규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법 교수 A씨는 “정치적인 기조나 정치인의 발언 한마디에 사형제도 존폐와 집행 여부에 국민적 여론이 크게 변동한다”며 “사형제도 여론을 수렴하고 논의하질 않다보니 여론은 여전히 이분법적으로 갈라져 있다”고 꼬집었다.

노윤호 변호사는 “현재 사형은 최고비난형 성격을 갖는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며 “사형이 무기징역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사형제도의 존재 이유와 필요성을 국민이 느끼려면 법률상으로 사형제도 존폐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사형이 존치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할 사형 선고가 같은 사건이어도 법원마다 달라지면서 그 선고 기준이 모호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유기를 도운 공범마저 살해한 혐의를 받던 권재찬에게 1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이른바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돼 있지 않다”며 “무기징역만으로는 개인의 생명과 사회 안전의 방어라는 점에서 사형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과 3심에선 “다른 중대범죄와 균형을 따질 때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에 처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외에도 ‘어금니아빠’ 이상혁, ‘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 모두 사형이 선고됐다가 상급심에서 무기징역 등으로 감형되기도 했다.

법원의 이 같은 선고 태도가 오히려 범죄와 형벌에 대한 시민들의 규범의식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노 변호사는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또는 회피하는 법원에 대한 피해자의 불만과 여론의 비판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형제도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법적으로 결정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교수는 “사형선고를 내릴 때 어느 정도 법관의 재량이 들어가겠지만, 별도로 사법부 차원에서도 양형심리와 선고여부에 보다 확실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렇게 세워진 관행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법문화의 일부가 될 때 비로소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 강조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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