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묻지마 폭행’…법정서 밝혀진 이유[사건의재구성]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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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오전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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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묻지마 폭행’…법정서 밝혀진 이유[사건의재구성]

에스컬레이터가 통제되고 있는 모습. 기사와 관계 없음. 2023.6.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에스컬레이터가 통제되고 있는 모습. 기사와 관계 없음. 2023.6.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휙. 60대 여성 김모씨의 몸은 순간 휘청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잡아 밀었다. 가까스로 핸들을 잡고 버텼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 여성이 자신을 밀고 있었다. 이 여성은 김씨의 어깨를 재차 양손으로 붙잡았다.

사건은 지난 8월27일 오후 4시쯤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에서 벌어졌다. 앞서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한 여성이 갑자기 김씨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방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김씨는 평소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여성은 자신을 완강히 밀어내려 했다.

결국 김씨는 버텨내지 못하고 에스컬레이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전치 2주. 머리 뒷부분이 찢어져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 여성은 김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해당 사건은 지하철에서 벌어진 ‘묻지마 폭행’으로 알려졌다. 여론은 들끓었다. 온라인 공간에는 흉악범죄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댓글이 빗발쳤다.

피고인인 박모씨(46)의 범죄 동기는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노숙인인 박씨는 4년 가까이 노숙인 재활시설에서 지내왔지만 당시 코로나19 확진으로 잠시 해당 시설을 나와야 했다.

박씨는 “갈 곳이 없어 교도소라도 가고 싶어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씨는 지적장애인이면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기도 했다.

유일한 안식처였던 재활 시설은 영세한 탓에 코로나19에 취약했고, 관리에서 벗어난 박씨는 약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격리된 환경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은 사회에 갖춰지지 않았다. 중첩된 사각지대 속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결국 박씨는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기일에서 박씨는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노숙을 하게 된 상황에서 교도소에 들어가 숙식을 해결할 생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으나 이후 재활 시설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선처를 구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범행동기는 피고인이 다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런 이유 없이 범행에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단 피고인이 초범인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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