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남성들 “육아휴직 못 쓰면 이직 불사”…맞벌이 인식 급변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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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6 오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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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남성들 “육아휴직 못 쓰면 이직 불사”…맞벌이 인식 급변

맞벌이,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한국보다 크게 낮았던 일본에서 맞벌이를 선호하는 젊은 남성의 비율이 40%를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악화와 살인적인 물가상승세 속에 생존을 위해 맞벌이가 필수가 된 경제상황과 함께 남성의 육아참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따르면 일본 국립사회 보장· 인구문제 연구소가 2021년 기준 일본 내 18~34세 독신남성과 여성들을 대상으로 ‘부부의 이상적인 일하는 방법’을 물은 조사에서 맞벌이를 선호한다는 남성의 답변비율이 39.4%를 기록했다. 이는 1987년 대비 약 4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남녀 모두 처음으로 배우자가 출산 이후에도 경력을 이어가는 ‘맞벌이’를 응답한 비율도 34.0%로 출산을 계기로 여성이 일단 퇴직하는 ‘재취업'(26.1%)을 역전해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맞벌이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특히 일본은 남성의 가사 분담이 낮은 편이다. 내각부가 올해 발표한 ‘생활시간 국제비교’에 따르면 서구 국가에서는 여성의 가사·육아 등 무상노동 시간이 남성의 1.5배 수준이나, 일본은 5.5배에 달한다.

이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같은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사이보즈 팀워크 총연구소가 지난해 남성 회사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70%가 ‘육아가 시작되면 일하는 방식을 변경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내각부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자녀를 둔 남성 중 가사와 육아 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40~69세에서 10%에 불과했으나, 20~39세의 젊은 세대에서는 약 30%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20~39세 남성 중 30% 이상이 ‘육아를 시작하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의 회사면 미련 없이 이직하는 등의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구직전문사이트 리크루트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남성도 육아를 이유로 이직이나 전직을 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니케이에 전했다. 실제로 리크루트가 담당한 사례 중, 한 30대 남성은 지난해 ‘대디 트랙’을 사유로 이직했다. 이는 일본에서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에 다니면 승진을 하지 못하는 ‘마미 트랙’의 남성 버전으로, 남성이 육아를 이유로 야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 승진에서 배제되는 것을 뜻한다.

니케이는 이 밖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회사에 업무 조정을 부탁했다 결국 금융계에서 회계사무소로 이직한 30대 남성, 아이의 목욕, 식사 준비에 시간을 쏟기 위해 상사에서 재택근무 업체로 이직을 결정한 20대 남성의 사례를 추가로 언급했다.

기업들도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컨설팅기업인 KPMG는 육아 중인 사원의 고민이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워킹 페어런츠 네트워크’를 마련했다. 이 중 남성 사원의 비율은 40%를 차지한다. 이들은 한 달에 한 시간 정도 ‘커리어와 육아’,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고민’ 등을 사내에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예 일하는 방식을 재검토한 곳도 있다. 기계 부품 상사인 고베시의 토모에시스템의 경우 2019년 이후부터 남성 육아 휴직 비율을 100%로 끌어올렸다. 이전에는 잔업이 많아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 이해를 받기 어려웠는데, 아예 서로가 이를 용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야나세 히데토 사장은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없앴다”며 “쉴 때 서로가 도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이직률은 2014년 14.5%에서 2022년 4.0%로 떨어졌고, 신입 지원도 대폭 올랐다.

니케이는 “부부가 동등하게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기업에서는 이직이나 퇴직하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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