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무사고 ’70대 女계주’는 어쩌다 41억 곗돈을 횡령했나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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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7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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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무사고 ’70대 女계주’는 어쩌다 41억 곗돈을 횡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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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 거주하는 A씨(71·여)는 소위 말하는 대형 계주였다.

한국의 전통 협동조직인 계는 친목과 상부상조를 위해 돈을 모아 주고 받는 사모임이다.

요즘은 국민 대부분이 은행을 통해 돈을 관리하지만, 손쉽게 목돈을 쥘 수 있고 친목도 다질 수 있는 계모임 문화도 이어지고 있다.

A씨도 처음에는 단순히 친목을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계모임을 만들었다.

주변 지인들을 상대로 시작된 계는 1구좌에 100만원씩 입금하고,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는 ‘곗돈을 타는 날’엔 구좌수에 따라 자신이 입금했던 원금과 구좌수에 1만원을 곱한 돈을 이자로 받는 식이었다.

계주인 A씨는 항상 첫번째로 곗돈을 타는 당사자였다. 계는 무려 9년 동안 별탈 없이 돌아갔다.

문제는 계모임의 규모가 커지면서 벌어졌다. 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A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돈이 불어나자 계원들이 입금한 돈을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정 재산이나 소득이 없었던 A씨는 이 돈을 채울 수 없었다.

계원들이 계를 타는 날이 되거나 자신이 곗돈을 넣어야되는 날이 다가오자 지인이자 계원인 사람들에게 ‘고이자로 돈을 갚겠다’며 수천만원을 빌려 구멍난 돈을 채워넣었다.

한번 시작된 곗돈 횡령은 악순환을 탔다.

피해자들은 초기에 곗돈이 제때 입금되자 가족들과 지인 등에게도 계 가입을 권유하며 계원이 불어났다.

A씨는 지난 2019년 3월쯤 전남 여수의 한 식당에서 지인 B씨에게 “41구좌짜리 계에 가입하면 순번에 따라 계금과 이자를 지급해주겠다. 한번에 받을 수 있는 돈이 4100만원이 넘는다”면서 계 가입을 권유했다.

그러나 이땐 이미 A씨의 빚이 10억원을 넘긴 상태였다.

A씨는 B씨에게 받은 곗돈을 자신의 채무를 갚는데 사용했다.

그는 동일한 수법으로 피해자 43명으로부터 21억9700만원을 받아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은 A씨는 또 다른 계모임을 만들어 피해자 10명으로부터 3억5000여만원을 받았고, 또 다른 계모임에선 피해자 10명을 속여 9억4800여만원을 곗돈으로 입금 받았다.

이렇게 A씨에게 당한 피해자는 70여명에 달했고 피해금은 총 41억323만원이었다.

A씨가 받은 곗돈은 다른 피해자에게 곗돈이나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한 ‘돌려막기’에 사용됐고, 그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계를 운영할 능력이 없었는데도 계원들로부터 차용금 등을 받아 돌려막기 식으로 피해 규모를 더욱 확대시켰다”면서 “피해자들은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피고인이 운영하는 계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기도 해 경제적 손해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액의 전체 규모가 41억원인데 일부라도 피해회복이 됐음을 인정할 자료가 전혀 없다. 피고인이 처음부터 돈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한 게 아니라 무리해서 계를 운영하다 범행에 이르른 점, 고령이고 초범인 점,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흠)는 A씨와 검사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들은 당심에 이르러서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따”면서 “피고인의 딸이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피해를 일부라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원심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에서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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