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화장실 살인’ 예고에…”사람 있나 확인 좀” 여대생에게 수색 맡긴 경찰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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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4 오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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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화장실 살인’ 예고에…”사람 있나 확인 좀” 여대생에게 수색 맡긴 경찰

서울의 한 여대 화장실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예고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는데, 경찰이 일부 화장실 수색을 지나가던 여학생에게 맡겨 논란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SNS에 ‘낮 12시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화장실에서 막무가내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올린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2016년 서울 강남역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21일 새벽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학교 내 모든 건물의 화장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한 건물에서는 남성 경찰관들이 여자 화장실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지나가는 학생에게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이 화장실 내부를 살펴보는 사이 경찰 세 명은 문밖에 서 있었다. 이어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경찰들은 별다른 설명없이 “고맙다”며 자리를 떴다.

해당 학생은 “몰카 같은 거 확인해달라는 말씀인 줄 알고 가볍게 응했던 것”이라며 나중에 친구들로부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자칫 살인을 예고한 흉악범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연은 학생이 학교 게시판에 자신이 겪은 황당한 일을 올리면서 크게 확산했다. 이 같은 부탁을 받은 학생은 모두 3명으로 알려졌는데, “정말 큰일 날 뻔한 일이었는데 왜 저한테 그런 일을 시키시는지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해당 경찰관들의 행동이 미숙했다”면서도 “36개 건물 화장실을 모두 수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35개 건물엔 여자 경찰이 있었는데 도서관 건물엔 두 명의 남자 경찰밖에 없어 오해를 받을까 봐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남경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부득이 대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행법상 경찰관은 사람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화장실을 포함해 공개된 장소에 출입할 수 있어서 적절한 대처가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남성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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