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판 연좌제 “찍히면 다른 사업장까지”…무법천지 건설현장[건폭이 뭐길래]①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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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5 오후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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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판 연좌제 “찍히면 다른 사업장까지”…무법천지 건설현장[건폭이 뭐길래]①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건설현장에는 연좌제가 있어요. 노조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그 회사가 가진 사업장 전체에 노조가 몰려가서 안전모 벗은 모습 사진으로 찍고, 차량 수십대를 동원해서 입구를 막는 등 현장이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요.”

25일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만난 철근콘크리트 업체 현장소장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했다. 눈 밖에 나게 되면 다른 사업장까지 찾아가 훼방을 놓기 때문이다.

해당 현장에선 6대의 타워크레인을 사용했는데 1명당 400만원 씩 월례비로 매달 2000만원 이상을 썼다. 공사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 월례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된다. 다만 정부의 불법행위 근절 대책이 발표된 뒤로는 월례비 지급을 중단했다.

월례비란 기초·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주는 비공식 수고비를 말한다. 매달 300만~1000만원의 금액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간 외 수당(OT 비)도 골칫거리다. 현장별로 책정된 금액은 다르지만 A 소장의 현장에선 시간 당 10만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태업도 빈번히 이뤄진다. 일과 중 천천히 자재를 운반해 일거리를 남기고, 추가근무를 통해 수당을 챙기는 식이다. A 소장은 “OT비는 노조와의 협상으로 정해진다”며 “한 타워 기사가 일을 제대로 안 하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돈이 필요해서 추가근무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인근의 다른 현장은 노조의 채용강요로 골머리를 앓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자기네 노조원을 밀어넣기 위한 압박을 시작하면서다. 체구가 큰 노조원을 대동해 위압감을 주기도 하고, 채용을 주저하니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에 민원을 넣으며 공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미 인력 채용을 끝냈던 해당 업체는 결국 비노조원 근로자들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노조원 근로자는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고도 하소연했다. 출근도장만 찍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주로 노조간부들이 이렇게 행동하는데, 전화로 온종일 근무한 것으로 처리해두라고 통보한다.

B 현장소장은 “간부의 경우 노조 일을 보러간다는 핑계로 오후에는 자리를 비웠는데 일당은 모두 다 줘야 했다. 항의도 불가능했다”며 “그렇다 보니 노조 간부가 되는게 꿈이라는 사람도 있더라”고 헛웃음을 켰다.

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기득권 강성노조가 금품요구, 채용강요, 공사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건설 현장의 불법, 부당행위 근절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3.2.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숨 죽인 ‘건설노조’…현장은 공포 여전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폭력을 줄여 ‘건폭(建暴)’이라고 표현하며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울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노조에 대한 공포심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은 정부의 압박에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돌변해 보복행위를 해올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취재에 응한 현장소장들이 내건 조건도 ‘현장의 위치와 자신의 이름’이 절대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대강 대치로 인한 리스크도 걱정 거리다. 노조가 집회·태업 등으로 강경 대응에 나서면 공사기간이 지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비용은 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노조가 지금은 쥐죽은 듯이 있긴 한데 언제다시 대응에 나설지 모른다. 그동안 받아오던 월례비 등을 쉽게 포기할까 싶기도 하다”며 “정부와 노조의 싸움에 건설사들이 중간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노조가 과도하게 임금을 상향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노조원들의 임금은 협약을 통해서 정해지는데, 같은 숙련공이라도 노조원이냐 비노조원이냐에 따라서 임금차가 30~50% 발생한다. 이러한 인상이 반복되면서 전반적인 임금이 높아지고, 이는 곧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진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임금을 너무 높이는 것도 문제다”라며 “결국 인건비 자체가 오른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청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도급사는 사용자일 뿐 관리책임에 대한 주체는 원청사인데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은 모두 하도급사에서 책임지도록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월례비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요구도 하도급사가 져야 한다”며 “사실 그런 부분은 원청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원청이 방관하고 있으니 쉽사리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같이 대응한다면 확실히 근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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