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주·맥주 ‘2천원’…9명 ‘술값’ 3만6000원, 이 식당은?

뉴스1코리아
|
2023.02.23 오전 10:03
|

[르포] 소주·맥주 ‘2천원’…9명 ‘술값’ 3만6000원, 이 식당은?

광주 북구의 전통시장인 말바우시장에 자리하고 있는 M민물장어 식당의 소주와 맥주 가격은 2000원이다. © News1

22일 오후 7시무렵 광주 북구의 전통시장인 말바우시장에 자리한 M민물장어 식당.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50여평 규모의 식당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40∼50대가 손님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 젊은 대학생도 몇몇이 눈에 띈다.

식당 대표를 포함해 3명이 넓은 홀을 담당하며 각 테이블을 바삐 오가면서 장어를 구어준다.

장어 1㎏에 5만9000원이라는 다소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매일 저녁 이 식당에 애주가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저렴한 술값 때문이다.
  
이곳에서 주류 판매가격은 소주와 맥주 모두 2000원이다. 통상적으로 일반 음식점에서 4000원 내지 5000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며 반값수준이다.

50대 중반의 친구들 9명이 모임을 가졌다는 한 무리의 계산서를 살펴보니, 소주와 맥주를 모두 18병 마셨는데 술값은 겨우 3만6000원에 불과했다. 병당 5000원을 받는 일반 음식점이었다면 술값으로만 무려 9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는 안재오씨(55)는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술 먹는 양이 상당해 매월 모임은 모두 말바우시장에서만 갖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 식당에 가면 술값을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웃음지었다.

말바우시장 내부에 자리한 횟집거리 역시 소줏값은 2000원만 받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D횟집도 1층과 2층에 자리한 20여개 테이블(4인 기준)이 모두 꽉 차 있다.

이곳 역시 손님들이 북적이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대학생 채모씨(25)는 “회 한접시에 1만5000원 정도를 받는데다 소주 한병 가격이 2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회식장소”라고 전했다.

이 횟집을 포함해 말바우시장에 자리한 예닐곱개 횟집들 모두 소주 1병에 2000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소주값이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소줏값 2000원’ 방침은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광주 북구의 전통시장인 말바우시장에 자리하고 있는 M민물장어 식당. 이곳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2000원에 팔면서 매일 저녁 손님들로 붐빈다. © News1

고물가 시대에 말바우시장 내 식당들이 소주와 맥주를 공급원가에 불과한 가격에 팔면서도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음식업계에 따르면 식당 등 음식점에 들어오는 주류 도매가격은 소주는 병당 1700원, 맥주는 1950원 정도다.

일반 식당의 경우 병당 4000원에서 5000원을 받아야 술값에서 인건비 등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오른 식재료 가격을 파는 음식에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익을 술값에서 내는 상황이다. 

반면 말바우시장 내 식당가에서는 여전히 2000원을 고수하면서도 맛과 박리다매 전략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해도 소주는 1병에 1000원을 받으면서 낮시간대는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저녁시간에는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의 회식장소로 선호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조만간 또다시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들 식당가는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 굳건하다.

M민물장어식당 사장은 “앞으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오르면 자칫 손해보고 팔 수도 있겠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 2000원을 유지하면서도 식당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하다”고 자신했다.

yr2003@news1.kr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Leave a Comment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