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한 마디에 1,500만 명이 열광한 진짜 이유는요

뷰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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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1 오후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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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세요?”..한 마디에 1,500만 명이 열광한 진짜 이유는요

  •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고성장을 꿈꾸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향후 10년은 한국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싶던 모든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현직자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담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어요.
결국 성장은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해 책임지는 과정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중고거래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한 당근마켓은 최근 기업가치 3조를 기록하며, 단숨에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또한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00만 명에서 3년 만에 1,500만 명으로 급부상했다. 이런 급성장의 이면에는 마케팅의 힘이 숨어있었다.

당근마켓은 마케팅 측면에서 특별한 형태를 띤다. 이용자와 서비스 간의 라포가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쌍방향 소통을 지향한다. 그래서인지 당근마켓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억지스럽지 않다. 수많은 유저가 당근마켓을 이용하며 생기는 유쾌하거나, 슬프거나,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입체적인 스토리텔링 덕분인지, 이용자들 사이에선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당근’이라는 말이 중고거래의 대명사로 일상 속에 녹아든 만큼, 많은 이용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뿐만 아니라, 이용자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여러 캠페인을 통해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오늘은 동네 단위 중고거래 플랫폼에 따뜻함과 정을 더해 지역 커뮤니티에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게 만든 당근마켓의 마케팅팀 최정윤 팀장을 만나, 마케팅이 가지고 있는 힘과 미래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현재 당근마켓에서 마케팅 팀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마케팅팀은 당근마켓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용자에게 당근마켓의 가치를 일관성 있는 메시지로 전달하는 일을 해요. 외부적으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야 하는 팀이죠. 잠재 유저에게는 당근마켓을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로 어필하고, 당근마켓 유저에게는 지속적으로 사용해야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어요”

해당 커리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마케터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가진 역량을 살펴보며, 객관적으로 분석했었죠. 저는 평소에 ‘무언가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나의 능력으로 어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케터가 매력인 포지션이라고 생각했어요. 당근마켓 이전에는 데이터, 핀테크, 인공지능 분야의 스타트업에서 마케터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당근마켓에 합류한 지는 3년이 조금 넘었어요”

3년 전이면 서비스가 성장하기 시작할 때 합류했습니다. 가장 먼저 세운 전략이 있다면요?

“회사의 성장 단계 별로 마케팅 목표를 설정했던 것 같아요. 이용자 수와 서비스 규모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이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방법론적인 부분에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당근마켓에 합류했을 당시 월간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수준이었어요. 당시에는 이용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당근마켓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어떤 점에 호불호가 갈리는지 파악하는데 집중했어요.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용자끼리 더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 일환으로 매달 11일을 나눔의 날로 지정해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캠페인을 통해 이용자들이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우리동네/이웃/정이라는 정서적 가치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죠.”

나눔의 날 캠페인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무료나눔에 참여한 게시글은 2020년 한 해에만 210만 건을 기록했다. 2019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나눔의 날 캠페인은 오직 당근마켓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지역 연결의 가치와 따뜻한 정서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까요?

“2019년에 강원도 산불이 크게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강원도에 거주하시는 저희 유저분이 실제로 피해를 입으셨는데 마침, 다른 지역에 계신 이용자분들이 문의를 보내주셨어요. 강원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웃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이죠. 그래서 당근마켓 앱 내에 구호물품을 전달할 수 있는 장소 정보를 저희가 제공하고, 전국에서 해당 지역으로 구호물품을 보내는 형태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당시에 많은 분들이 이웃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좋은 물품을 여러 곳에서 보내주셨고, 구호물품을 보낼 때마다 인증 글을 올려줬어요. 이 사례를 통해서 당근마켓은 더이상 중고거래 서비스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웃간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희가 지향하고 있는 이웃의 모습과, 이용자 간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외부 프로젝트로도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팀과 협업한 적이 있었는데요. 유재석씨가 당근마켓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이웃들을 직접 만나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도 하고,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는 등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방송되었습니다.

당시 시청자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어요. 당근마켓이 추구하는 동네 생활의 모습과 연결의 가치가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동네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이용자 분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반응이 뜨거웠던 것만큼 주변에서 PPL이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당근마켓에서 이웃들이 서로 교류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현상이 늘면서 놀면뭐하니 제작진에서 연락을 주셨었어요. 원활한 제작을 위한 기술적 지원과 아이디어 협의 등은 있었으나 별도의 협찬이나 PPL로 진행된 건은 아니었어요.

국내 대표 지역생활 커뮤니티 마케터의 기획 노하우가 있다면요?

“기획을 할 때 앱 안에서 얻는 이용자 목소리에 관심을 가집니다. 앱 리뷰부터 시작해서 CS를 모두 살펴보고, 외부적으로도 포털에서 사람들이 당근마켓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출근하면서 보고, 쉴 때도 보고 거의 습관적으로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흔한 얘기지만 결국 이용자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기당시 진행한 산불, 집중호우 구호 캠페인이다. 위해서는, 어떤 말을 하는지에 귀 기울여야 해요.

예시로, 중고거래 시 겪을 수 있는 여러 고민 중 하나를 마케팅으로 풀어낸 사례가 있어요. 이제는 오래된 밈인데 서비스가 막 성장하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예요. 이용자 한 분이 신촌역 앞에서 당근 거래를 하려고 기다리고 계시다가 지나가는 사람한테 ‘혹시 당근이세요?’라고 물어봤는데, 그 분이 정말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셨대요. 거래하려던 분이 아니셨던 거죠. 이 이야기가 여러 커뮤니티에서 계속 공유되면서 퍼져나갔어요.

저희 팀에선 ‘나와 당근마켓 중고거래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용자들이 실제로 거래할 때 고민하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마케팅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죠. 중고거래를 하러 나온 사람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당근 장바구니’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용자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당근마켓 기업문화는 ‘자율’과 ‘책임’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율 속에서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며,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추구하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요.

처음 입사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저에게 주어진 자율성때문에 막막하기도 했었어요. 부정적인 피드백을 마주하는 상황보다 자율적인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던 것 같아요. 피드백은 저한테 도움되는 얘기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쉬워요. 그런데 자율의 분위기에 놓였을 때, 처음에는 마치 허허벌판에 던져진 느낌이 들었죠.”

방대한 자율성에 따른 책임감도 클 듯합니다.

“물론 부담감에 잠을 못 이룰 때도 있었습니다. ‘자율’ 뒤에는 ‘책임’이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래도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동료들 덕분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데 있어서는 토론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방향성과 목표가 정해지면 서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마음 한 뜻으로 추진해나가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요. 실수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실패의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서로 상호 협력하고 지지해 주는 분위기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업무를 하다보면 크고 작은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믿고 지지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신뢰도 생겼어요. 자율 속에서 문제를 빠르게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게 된 것 같아요.”

◇ 선호도 조사 1위, 이용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판교장터’로 시작한 당근마켓은 6년 만에 전국을 호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장하며 우여곡절도 많았다. 예를 들어, 작년만 하더라도 해당 서비스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가 한참 심해지기 시작했을 때, 마스크 사재기가 시장에 판을 치기도 했다. 그때 과감히 마스크 가격에 제한을 걸어 사재기를 막고,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대처했다.

서비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나타나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당근마켓은 이용자와의 소통으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다. 그 덕일까?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진행한 브랜드 이미지 조사에서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역 중심의 중고거래 서비스에서 커뮤니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인 상태의 당근마켓에겐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다. 사람과 지역을 잇겠다는 비전을 두고, 구성원의 협업 아래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어떤 마케팅으로 다가갈 예정인가요?

“아이디어 공모부터 최종 아이템 선정까지 모두 이용자 참여로 진행됐던 ‘당근굿즈 오디션’처럼 이용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유저 참여형 캠페인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꾸준히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이웃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소통을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이벤트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싶어요.

이를 통해 이미 당근마켓을 이용하고 계신 분들, 아직 당근마켓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 모두에게 동네 이웃과의 연결이 주는 가치와 따뜻함, 재미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진행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구체적으로 계획 중인 건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진행해보고 싶은 마케팅이 있긴 해요. 실제 유저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 필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항상 이용자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규모있는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영상을 만드는 작업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단계부터 쉽지 않은 작업일 것 같지만, 당근마켓 유저들의 참여가 활발한 만큼 언젠가 한 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좋은 마케팅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좋은 마케팅은 각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연결해 주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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