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 해제에 전환 배치…철옹성 게임업계도 ‘구조조정’ 움직임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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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5 오후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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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근무 해제에 전환 배치…철옹성 게임업계도 ‘구조조정’ 움직임

서승욱 민주노총 화섬노조 카카오지회장이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카카오지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카카오 공동체 문제점과 과제, 카카오 측의 책임과 약속을 위한 요구 사항 등을 밝혔다. 2023.1.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게임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신작 개발 중단을 비롯해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도 속속 정리에 나서며,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던 직원들이 사실상 권고사직에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복지 일환으로 제공됐던 재택근무 금지 및 직원 전환 배치 등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코로나19 특수 안녕…내실 키우지 못했던 부메랑 돌아오나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업계의 조직개편이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특수가 끝나가고 그간 인상됐던 개발자 몸값 또한 영업이익 악화에 영향을 미쳐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게임산업 매출액은 20조991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8조8855억원에서 11.2% 성장했다. 

2020년 또한 전년대비 21.3% 성장,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에서 특수를 누렸다.

같은 기간 개발자의 처우도 크게 개선됐다. 저금리 기조에 유동성이 증가하고, 개발자 구인난이 이어지며 게임사들은 개발자 확보에 주력했다. 2020년 엔씨소프트·넥슨·스마일게이트·크래프톤 등은 세자릿수 고용을 진행하며 채용 전쟁에 적극 참여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 돌입하며 반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입어 급성장 했던 게임 시장 성장 기조는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파격적인 신작 출시에 따른 성과도 없어서다.

경영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전환됐는데 실적을 끌어올릴만 한 히트상품이 없으면 기존 확대했던 인력 운용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게임백서는 2023년과 2024년 게임시장의 성장률을 각각 5.9%, 7.2%로 추산했다.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과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그만큼 게임 산업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특히 PC게임의 경우 2022년 -0.2%, 2023년 -2.6%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사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발판으로 삼고 있던 콘솔 게임 역시 2022년 -4.2% 성장을 전망 중이다.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지만, 주요 게임사에서 지난해 뚜렷한 신작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 또한 구조조정·조직 개편의 이유로 지목됐다.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신작들 또한 흥행에 실패해 영업이익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신작 개발이 원활하지 않았고, 킬러 콘텐츠도 부재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고정비용으로 꼽히는 인건비 조정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 2022.3.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게임사 ‘전환 배치’, 사실상 구조조정 시그널?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사들이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인력 재배치(전환배치)’를 활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IT·게입업계에서는 계열사 전환배치가 자주 발생한다.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에 변동이 생기면 해당 프로젝트 직원들을 다른 팀으로 옮기는 식이다. 새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의 다른 개발 자회사에 합류하는데, 퇴사가 수반된다.

특히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격하지 못한 경우 장기간 대기 발령 상태에 들어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 발령이 길어지면 개인 역량 부족이라는 기류가 생기는데, 그 과정에서 권고 사직이 날아오거나 자진 퇴사를 한다”라며 “결국 전환배치 처분은 퇴사 시그널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팬 플랫폼 ‘유니버스’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당 인력 70명을 대상으로 부서 이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퇴사시 수개월에 준하는 월급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업계선 사실상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분위기로 점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또한 쿠키런 지식재산권(IP) 기반 팬플랫폼 프로젝트 ‘마이쿠키런’ 사업을 정리하면서 담당 직원에게 당일 해고를 통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헀다. 사측은 구성원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개별 면담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직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소셜커머스 기업인 티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직원들의 건강관리와 지역사회 전파 방지 차원에서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2020.2.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개발자 불러모았던 ‘재택근무’, 되레 퇴사 종용 시그널로 여겨져

복지의 일환으로 여겨지던 ‘재택근무’ 역시 구조조정 시그널로 여겨지고 있다.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리던 시기, IT·게임업계는 개발자를 위한 복지의 일환으로 재택근무를 제공해왔다. 개발자들이 비대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만큼 임금 상승 외의 요소로 재택근무를 제공하며 채용을 유도한 것이다.

실제 IT·게임사의 재택근무 종료 결정에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기도 하다. 카카오·카카오게임즈가 ‘오피스 퍼스트(재택 아닌 출근 우선 근무제도)’를 적용한다고 밝히자 카카오 내 노조 가입률이 급격하게 치솟기도 했다.

근무제 발표 전 본사의 노조 가입률은 10% 안팎이었지만, 새로운 근무제 발표 이후 노조 가입률은 50% 가까이 뛰어올랐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내부 공지한 ‘팀 재택근무 신청 품의 가이드’ 또한 노사 갈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카카오엔터는 재택근무 신청시 △재택근무가 아니면 목표/성과 달성이 어려운 근거 △업무 프로세스, 인프라, 특성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 △온사이트 근무와 재택 근무시 팀 성과 격차 예측치를 제시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시적으로 퇴사를 언급하는 회사도 있지만, 최근 복지를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시그널을 보내기도 한다”며 “실적 악화에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사측과 직원들의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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